나이가 나를 진정성 있게 만든다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 영등포50플러스센터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신중년사회공헌활동지원사업 참여자 최경례 님은 지적 장애우들에게 책놀이 지도를 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살핀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녀에게 남을 가르치는 일은 평범한 일상일 수 있지만, 장애우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긴장감과 성취감을 함께 전해 준다.
최경례 님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충현복지관에서 40~60대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책놀이 강좌를 진행 중이다. 강의 제목처럼 교수 방법은 책놀이 활용이다. 하지만 강의 중 부족한 부분은 음악치료와 미술 치유를 병행하며 장애우와 폭넓은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글을 모르는 사람과의 상담은 쉽지 않다. 또한 매번 다른 학습자들과의 만남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능력이 장애우의 치유를 돕고, 그들의 반응이 상호작용하여 일의 동력으로 되돌아온다는 생각이 그녀를 움직이게 한다.
그녀는 지방에서 학습지 방문 교사를 시작으로 교육 현장에 몸을 담았다. 현역 시절 ‘에너자이저’라 불리던 그녀는 직업인 아동 교육을 넘어, 학부모의 친구이자 선배로 고민을 상담해 주며 사회활동의 범위를 넓혀갔다.
직업을 구하는 사람, 마음의 아픔을 겪는 사람, 활력을 잃은 사람… 주변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에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곧 자신의 일이 되었다. 아동 학습지 교사가 학부모까지 보듬기 위해 공부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려운 이들의 친구이자 상담사가 되었다. 덕분에 관련 학위는 물론 심리 상담, 치유 교육 등 전문 자격증만 10여 개가 넘는다.
▲ 최경례 님의 명함
지난 세월 왕성한 활동 기간만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몇 년 전 남편과 사별 후 자식들의 권유로 시작된 서울 생활은 그녀의 모든 것을 흔들어 놓았다. 사별의 슬픔으로 흐트러진 마음은 에너자이저라 불리던 활동성을 사라지게 했다. 또한 잃어버린 중심은 건강까지 흔들어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가장 힘들었던 기간으로 기억하게 했다.
지치고 힘들었던 시절, 주변의 위로는 거추장스러운 형식으로만 느껴질 뿐 그 누구도 도움이 되질 못했다. 한없이 작아지던 때에 영등포50플러스센터와의 만남은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었다. 과거의 활동과 단절되어 사회생활이 어렵게 느껴진 타지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가 생겼기 때문이다. 영등포50플러스센터가 만들어 준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은 위축된 가슴에 새롭게 활력을 주었고,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을 사회봉사 활동으로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모든 것이 익어가는 가을, 세월을 거꾸로 흐르게 하려는 듯 새로운 활력으로 돌아온 에너자이저 최경례 님을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만났다.
Q. 어쩌면 쉬고 싶을 수도 있을 나이에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특별한 동기라도 있나요?
- 글쎄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성격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주변인들의 어려움을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남들은 오지랖이 넓다고 말하기도 하고, 저희 딸도 일을 하려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야지 돈도 안 되는 일에 왜 그리 열심이냐 말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일은 곧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거든요. 특히 지난 몇 년 제가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멈춰진 활동에서 나온 상실감이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은 중요도를 떠나 보람과 가치, 그리고 존재감을 강화해 주는 것 같아요. 이것이 저를 움직이는 힘이고 동기입니다. 더욱이 남을 도울 수 있는 봉사활동은 더 큰 의미가 되지요.
Q. 지금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여쭈어도 될까요?
-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여전합니다. 아니,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아마도 힘들었던 지난 몇 년 동안 하지 못한 일들이 아쉬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에 대한 욕심이 끊이질 않네요.
특히 같이 일하는 사회복지사님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모습이 발견될 때마다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 좋고, 봉사활동을 통해 내 배움이 늘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해보지 못한 봉사활동에 도전하며 성숙한 활동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최경례 님의 모습에서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라는 한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는 못해도, 지난 시간 만들어놓은 자신의 모습으로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최경례 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50플러스 세대의 롤모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50+시민기자단 홍현기 기자 (mrok2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