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일자리 ‘장애인시설지원단’ 활동을 마무리하며 

 

 보람일자리 장애인시설지원단 활동처
▲ 보람일자리 장애인시설지원단 활동처 ‘하하센터’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필자는 2022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 보람일자리 ‘장애인시설지원단’에 자원하여 ‘하하센터’라는 노원구의 한 성인발달장애인 주간보호시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하센터에는 9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센터장님 이하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보살핌 아래, 일상생활 훈련과 외부 나들이 등의 낮 활동을 미리 계획된 월간 일정에 따라 생활하고 있습니다. 센터 이용인들 대부분은 혼자 독립된 생활이나 직업 활동이 어려운 형편으로, 일상에서 누군가의 보살핌이나 도움이 꼭 필요한 발달장애인입니다.

 

하하센터에서 필자의 주된 활동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차량을 운행하여 이용자들을 집에서 센터로 등원시키고, 간혹 장거리 나들이나 외부 활동에 센터의 지원 요청이 있으면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보람도 느끼는 지금인데, 벌써 2022년 장애인시설지원단 활동을 마무리하는 단체 회의를 갖는다는 연락이 와, 올 한 해 활동을 정리하면서 간단하게 발표 준비도 할 겸, 시간을 되돌려 잠시 지난 추억에 잠겨봅니다. 

 

양평 용문산 숲 체험 활동
▲ 양평 용문산 숲 체험 활동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하하센터의 외부 활동은 자연과 더불어 노니는 숲 관련 체험 활동들이 많습니다. ​싱그러운 오월 어느 날, 센터에서는 양평에 있는 용문산으로 나들이를 갔답니다. 코로나19로 장거리 외출이 자주 있지 않았던 터라 오랜만에 차를 타고 도심에서 떨어진 자연으로 나오니, 나의 파트너는 기분이 참 좋았던 모양입니다.

쉴 틈 없이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마스크가 자꾸 아래로 흘러내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스크를 계속 올려주었더니, 그럴 때마다 눈을 꼭 감고 막 웃습니다. 덕분에 나도 한참을 웃었답니다. 그리고 행복한 한 줄 시가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그래, 우리 언제나 이렇게 웃자!”

 

노원 수락산 숲 체험 활동
▲ 노원 수락산 숲 체험 활동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필자는 하하센터 이용자들을 ‘천사’라고 부릅니다. 그 부름의 시작은 다음 마디에서 소개되는 그림책을 본 후부터입니다.

화창한 날이면 천사들은 밖에 나가고 싶어 아침부터 엉덩이를 들썩입니다. 이렇게 멋진 하늘은 놓치면 안 된다는 걸 천사들은 잘 알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가방에 간식을 챙기고 초록에 물든 수락산 숲속을 노닐면서 꼬물꼬물 애벌레 장난감으로 나무타기 놀이를 즐깁니다. 나의 파트너는 애벌레 장난감이 징그러웠던지 팔짱을 꼭 낍니다, 햇빛과 나뭇잎이 어우러진 초록들의 반짝거림에 눈이 간지럽습니다.

 

이웃과 함께 당현천 걷기 캠페인 활동
▲ 이웃과 함께 당현천 걷기 캠페인 활동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어느 멋진 가을날, 장애인을 위한 ‘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의 당현천 걷기 행사에 하하센터 이용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푸른 가을하늘 아래서 치러진 이 행사는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길을 따라 함께 걸으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장애인 의료복지 확충의 필요성과 협동조합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홍보하고, 조합 활동에의 참여를 독려하는 행사입니다.

다리가 불편해 걷기 어려운 이용자들도 있는데 모두들 열심히 잘 걸어줘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답니다. 이렇듯 곁에서 도와주면, 천사들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둘 늘어납니다.

 

날개 잃은 천사

필자가 발달장애인들의 낮 활동을 지원하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좀 더 마음을 열고 그들을 헤아릴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던 책이 있어, 책 추천과 함께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을 둔 언니가 동생 이야기를 그린 ‘날개 잃은 천사’라는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날개 잃은 천사 이야기
▲ 그림책 ‘날개 잃은 천사’ 이야기 1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내 동생은 달라요, 내 동생은 글자도 잘 몰라요. 

내 동생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도 싫어해요, 그래서 반에서는 늘 꼴찌만 해요. 

내 동생은 옷에 오줌을 싸기도 해요, 그럴 때면 아이들은 동생을 놀려 대요. ​​

그림책 날개 잃은 천사 이야기
▲ 그림책 ‘날개 잃은 천사’ 이야기 2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한밤중에 동생 빨래를 하며 울고 있는 엄마를 볼 때도 있어요. 

어느 날, 나는 동생에게 돌을 던지는 아이를 보았어요. 아무 힘도 없는 내 동생에게요. 

그래서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동생 손을 꼭 잡아 주었어요. 

그림책 날개 잃은 천사 이야기
▲ 그림책 ‘날개 잃은 천사’ 이야기 3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나는 엄마한테 물었어요, 동생은 왜 우리랑 달라요? 

그 물음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아이들은 모두 태어나기 전에는 하늘나라 천사였단다. 

그런데 세상에 내려오면서 날개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있어. 

그런 아이들은 더 이상 혼자 힘으로는 날기가 어렵단다. 

그래서 우리가 꼭 도와주어야만 해. 

또 다른 날개가 돋아나 혼자 힘으로 날 수 있을 때까지…….” 

우리 함께 행복합시다! 

남양주 산들소리 수목원 천사의 날개 앞에서
▲ 남양주 산들소리 수목원 ‘천사의 날개’ 앞에서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필자는 하하센터 이용자들의 낮 활동 모습을 사진에 담을 때면 “여기 보세요!”라고 외치면서 이런 주문을 겁니다. “빨리 돋아나라, 새로운 날개여!”

​이렇게 장애인시설지원단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낮 생활을 돕고 있지만, 그들 역시 나를 좀 더 성숙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또는 이해 부족으로 인해 과거의 필자와 같이 이유 없이 발달장애인을 피하고 외면하고 있으시다면, 이제는 조금 마음의 문을 열어 마을에 사는 발달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그런 세상을 희망합니다. 

이제, 우리 함께 행복합시다!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sericolor@naver.com)

 

 

50+시민기자단 5기 유한진 E-mail. sericol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