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세 편의 글에서 주식, 파생상품, 부동산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보자. 내가 가진 전체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표준 케이스를 이렇게 상정하자.

- 나이 60 안팎, 서울에 30평대 아파트 1채 소유(담보 대출 1억 남아있음),

- 주식, 채권, 예금 등 현금성 투자자산 3억, 

- 자식들 독립은 못 시켰으나 교육비 부담은 없음, 

- 국민연금 수령 임박, 100만 원 예상, 다른 연금 소득 없음.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나이에 따라 위험 자산(주식, 부동산 등)과 안전자산(예금, 채권 등)의 비중을 다르게 하라는 것이다. 공식은 ‘100 – 나이 = 위험 자산 비중’ 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위험 자산 :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은 다음과 같다. 40대는 6:4, 50대는 5:5 그리고 60대는 4:6이 되는 식이다. 이 경우 통상 자기가 거주하는 집은 전체 투자자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 방식을 위의 예에 적용하면, 3억 중 1억은 빚을 상환하고, 남은 2억을, 위험 자산 8천 : 안전자산 1.2억씩 나누어 투자하면 된다. 이 방식이 마음에 드시는지?

 

 

우선 전제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거주하는 집의 경우 투자 목적이 아닌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거주하는 아파트의 가치 변동에 둔감할 수가 없다. 아무리 자산 배분을 잘해 시장 수익률 이상을 거두었다 해도, 혹 자기 집이 없으면 만사 도로 아미타불이다. 집이 여러 채라면 가격 변동분보다는 세금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지 차이가 난다. 한 채를 가진 경우에도 보유 기간에 따라 수익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에, 1가구 1주택이라 해도 자산 배분 시에 전체 투자자산에 포함하는 것이 옳다.

 

공식 자체는 나름 타당하다. 하지만 거주하는 집의 자산 가치를 전체 모수에 포함하면 투자 배분 금액이 확 달라진다. 혹 자가가 아닌 경우는 전세금을 전체 자산에 포함하면 된다. 위의 경우 아파트 가격을 10억이라 하면, 부채 1억에 예금 자산 3억을 감안하면 전체 자산은 12억이 된다. 여기에 안전자산 비중 60%를 적용하면, 7.2억은 안전자산에, 나머지 4.8억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 집을 소유하고 있기에 위험 자산 투자 한도를 넘어갔다. 따라서 나머지 가용 자산 2억은 전체를 안전자산에 투자해야만 한다.

 

이렇게 보면 1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투자 가능한 자산 전부를 안전자산에 배분하여야만 한다. 심심하고 재미없는 포트폴리오가 된다. 단, 여기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채권이란 국공채와 은행 예금에 한정된다. 위험성이 높은 투기 등급 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설사 국내 기준 AAA 등급이라 해도 회사채는 안전자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유는 회사채 투자는 좋은 경우에도 수익은 미미하고, 안 좋은 경우에는 원금의 상당 부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국공채나 아니면 예금자 보호가 되는 5천 이내로 은행에 분산 예금하면 될 것이다.

 

 

국공채라 해도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하는 것은 역시 금물이다. 기초 자산이 설사 국채나 은행 예금이라 해도 형식이 사모펀드인 것은 다 위험 자산으로 간주한다. 사모펀드의 경우 운용역에게 운용에 관한 전권이 있어서, 개인 투자자는 운용역의 일탈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해 놓고 약관과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용 자산의 전부를 안전자산에 투자하면 재미도 없고 투자에 따른 수입도 미미하다. 2억을 투자해 봐야 연간 수입이 2백만 원 안팎이다. 생활은 연금(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과 적은 투자 수입 그리고도 모자라면 원금 일부를 헐어 쓰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 단계에 이르면 생활비가 많이 들지는 않는다. 가장 큰 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났고, 사회생활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먹고 입는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물론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제일 좋은 것은 적게라도 근로 소득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월 1백만 원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으면 연 1천 2백만 원이고, 이는 12억의 자산을 추가로 얻는 것이다. 가장 좋은 투자는 소득이 발생하는 일을 가지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집이 한 채 있는 경우라면, 나머지 자산은 전부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부족한 수입은 생활을 소박하게 하여 맞추어 할 것이다. 가장 좋은 투자는 일하는 것이다, 월 1백만 원을 창출한다면 12억의 자산을 새로 가지는 것과 같다. 다만 이 경우의 ‘일’은 눈높이를 낮추어야 찾을 수 있다. 한창 잘 나갈 때의 눈높이로 일을 찾으면 백년하청이다,

최대로 늦게까지 일하고, 여유 자산은 은행에 넣어두고, 생활은 소박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집값이 폭등하면, 나중에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때 집을 팔아 줄여가면 그만큼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니 속으로만 조용히 기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