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오싹하거나 통쾌하거나
콘텐츠의 홍수 속 지금 주목할 만한 영화와 드라마
‘여름에는 호러’의 공식이 깨진 자리를 색다른 공포와 호쾌한 액션물이 차지했다. 서늘함이 감도는 스릴러, 압도적 스케일의 블록버스터와 함께 시원하고 안락한 홈캉스를 누려보자.
대지진, 몽유병, 악귀. 현실이 공포 그 자체다.
대재앙 속 인간 욕망의 디스토피아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민들의 생존기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으로 하나가 된 입주민들, 철옹성 안에서의 평화도 잠시 인물 군상의 다양한 욕망이 충돌하며 예기치 못한 갈등이 생겨난다. 대재앙의 디스토피아적 세계와 맞닿은 가운데 계급과 부를 가늠하는 아파트라는 한국적 상징, 이를 둘러싼 인간의 본성이 신선한 블랙 코미디다. 재난 상황을 통한 한국 사회의 통찰과 이병헌의 새로운 연기가 돋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내년 3월에 열릴 제96회 아카데미 영화상 국제장편영화부문 출품될 예정이다.
▶ 공식 예고편 : https://tv.naver.com/v/38045897
매일 밤 낯선 사람이 깨어난다.
- 영화 <잠>
귀신이나 괴물만 무서운 것은 아니다. 때로 진짜 공포는 그것을 느끼는 우리의 내면에서 비롯된다. 영화 <잠>은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처럼 돌변해 예측 불가한 행동을 벌이는 남편, 그로 인해 잠들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아내 수진이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면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봉준호 키드인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지난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으로 상영되었다.
▶ 공식 예고편 : https://tv.naver.com/v/38690469
▲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거의 그대로 담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용의 ‘존은 끔찍해’ 에피소드 © 넷플릭스
디지털 시대의 환상 특급
- <블랙 미러 시즌 6> 시리즈
충격적이고 비판적이며 예측 불가한 미스터리 SF 스릴러 <블랙 미러>가 시즌 6으로 돌아왔다.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블랙 미러 의미는 텔레비전, 모니터, 스마트폰의 검은 화면. 미디어와 정보 기술 발달이 인간의 윤리관을 앞서 나갔을 때 부정적인 면을 다루는 옴니버스 형식 드라마다. 시즌 6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OTT 플랫폼 속 자극적인 콘텐츠의 폐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감을 다루고 스타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괴물이 된 파파라치 등 과감하고 기이한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 공식 예고편 : https://tv.naver.com/v/36526279
▲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악귀와 싸운 배우 오정세, 김태리, 홍경 © SBS
익숙하지만 무섭고 기묘하다.
- 드라마 <악귀>
악귀에 씐 여자,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 스타 작가 김은숙의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악귀는 제약이 많은 지상파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인정받은 공포 드라마다.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 구산영처럼 악귀 역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조상들이 믿고 있던 민속학, 전설, 설화를 담은 한국적 오컬트에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적절히 배치해 차별화했다.
▶ 공식 예고편 : https://tv.naver.com/v/36545115/list/851223
초능력자, 밀수꾼, 스파이들의 화끈한 액션 블록버스터
초능력 액션 히어로가 이웃에 산다.
- 드라마 <무빙>
디즈니플러스가 500억을 투자한 회심의 역작,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웰메이드 드라마 <무빙>으로 나왔다.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무한 재생 능력, 비행, 예민한 감각, 괴력과 스피드 등 한국판 어벤져스가 활약하며 여기에 원작에 없는 빌런이 추가되었는데, 배우 류승범이 은퇴한 요원들을 없애러 온 초능력자 택배 기사 프랭크를 연기했다. 완성도 높은 액션 씬의 중심을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과 뭉클한 가족애가 관통한다.
▶ 공식 예고편 : https://tv.naver.com/v/38113092/list/856880
재미있고 통쾌하다. 무엇보다 시원하다.
- 영화 <밀수>
‘1970년대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했다.’ 이 한 문장이 시작점이 된 영화 밀수는 류승완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여름 블록버스터다. 배경은 1970년대 가상의 바닷가 마을 군천.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된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수중 액션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류승완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수영을 전혀 못했던 염정아, 물 공포증을 극복한 김혜수의 명연기, 웃음과 통쾌함이 가득하다.
▶ 공식 예고편 : https://tv.naver.com/v/37782220
30년의 장대한 여정, 그 피날레의 서막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빰빰 빠밤~” 익숙한 BGM의 스파이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이 7번째로 마지막 시리즈를 맞았다. 1996년부터 우리와 함께 나이 든 에단 헌트 역의 톰 형은 오토바이를 탄 채 절벽 끝에서 몸을 내던지고 헬기에 매달리는 맨몸 액션으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시리즈를 거치며 진화해온 첩보 기술과 악당. 이번에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는 괴물 AI다. 자아를 가진 AI가 작전을 방해하고 통신망에 개입해 음성을 조작하여 주인공을 곤경에 빠트린다. 미션 임파서블은 내년에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팅 파트 2로 막을 내린다.
▶ 공식 예고편 : https://youtu.be/92h-aXeBnxU
여성 투톱이 이끄는 첩보 액션물
-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시리즈
“위장이 발각되면 구출은 없어!”. 테러리스트 조직을 파괴하기 위해 투입되는 미국 CIA 교전팀 라이어니스의 이야기다. 대형 스케일과 촘촘한 스토리, 헐리우드 톱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첩보 스릴러.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연출작으로, 황량한 사막 배경의 조용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구성은 그가 각본을 맡았던 영화 시카리오의 미장센이 떠오른다. 여군으로 변신한 조 샐다나와 강인한 신입 팀원 레이슬라 데 올리베이라를 비롯해 니콜 키드먼, 모건 프리먼이 노련한 연기가 더해져 몰입도를 높인다.
▶ 공식 예고편 : https://www.tving.com/player/RV48904427
시민기자단 김빛이 기자(sharlymans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