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자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자리 중에서 최고의 자리는 일자리입니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좋은 명언이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직업적 소명을 성취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자리는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일자리는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공약화하는 주요 의제이다. 가용한 예산을 투입하여 취업 의지가 있는 구직자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존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법령을 개정하고 있다. 일자리는 국민, 지역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소득 보장의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경제·사회·노동 현실과 서울시 일자리정책 전환 필요성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급변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일자리의 양과 질은 예상보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폐쇄적인 경제체제 운영, 원자재 공급망 재편과 기술 보호주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발생 등과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고용 없는 저성장, 낮은 경제 성장률, 수출 부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세수 부족, 재정 건전성 악화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도 고용 불안정 심화, 높은 청년 실업률, 매개 노동과 같은 비정형 근로의 확대에 따른 노동 보호의 약화, 일터의 균열화로 전반적인 노동의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사회·노동의 위기 상황 속에서 서울시의 일자리정책은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을 이뤄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4050세대와 같이 노동시장 생산연령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자리정책 개발과 노동시장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일자리정책과 차별화되는 방향을 수립하고, 유용한 일자리 사업들을 개발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시대에 서울시가 갖는 위상과 기대를 감안할 때, 이러한 일자리정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정책 확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형적인 재정 투입 중심, 특정 수혜자 중심, 엄격하지 않은 성과 관리 등은 혁신하여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4050세대 일자리: 고용 위기 심화, 질 낮은 일자리로의 이행
특히,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4050세대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4050세대는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 베이비부머를 포함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에 태어났으며, 오늘날 경제의 주요 주체이자 생산가능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이다. 자녀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고령의 부모를 돌보기 위해 소득의 상당액을 지출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비율은 높은 편이나 퇴직 연금, 사적 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낮아 중층형 연금 체계에 안착하지 못했다. 노후 준비 수준이 낮고 기대 여명이 길다는 점에서 노인 빈곤에 처할 위험이 크다. 현재는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일정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역연령 관점에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세대이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에 따라 높은 수준의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 유연성이 덜했던 고용시스템에서 1차 노동시장에 입직해 자리를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다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균열되고 파편화된 노동시장에 입직했다. 장기간 실업 상태에서 불안정한 직업 사이를 이동하는 상황을 경험하거나, 생계형 자영업자로서 영세 창업에 뛰어든 이들도 적지 않다.
40대와 50대는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며, 주된 생산가능인구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고 있다. 현재까지 40대가 경제활동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다른 전 세대에 비해 괜찮은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제조업 일자리 감소, 상시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위기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에 반해 50대는 이미 노동시장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질 낮은 일자리로의 이행이 나타나고 있다. 정년에 이르지 못하는 조기 퇴직과 생계형 자영업 창업이 빈번한 세대이다. 특히 55세 이후 고령자의 경우 불완전 노동시장, 플랫폼 노동과 같은 비정형 노동으로 이행함에 따라 일자리의 질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역동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 방향
이와 같은 서울시 4050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서울시의 일자리정책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4050세대의 기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체계적인 일자리 유지 정책과 기업 지원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일자리의 수준을 넘기는 어렵다. 일자리 창출에 쓰이는 재정을 배분해 일자리 유지 정책으로 투입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다만 일자리를 유지하자는 것이 과거의 일하던 방식을 고수한 채 경직된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일하는 방식과 의식의 변화에서부터, 노동생산성과 기여도에 따른 성과관리 및 보상체계를 더욱 갖춰나가야 한다.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의식, 관행, 규범의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은 4050세대 연령 통합적인 인사관리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인적자본 투자와 교육훈련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는 기업과 개인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고령 친화적인 조직 문화 구축,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인사 체계 구축, 4050세대를 위한 작업장 환경 개선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고용유지 장려금, 기업 보조금, 세제 지원 등의 현금성 지원보다는 조직과 시스템을 혁신하는 방안을 패키지형 컨설팅 사업으로 설계하여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노동시장 경쟁력 제고와 기술혁신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서울시 일자리정책은 국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 대응하고, 1차 노동시장 유지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핵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4050세대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어날수록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혁신적 기술 산업과 서비스 산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기업들이 산업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지능형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서울시의 일자리정책은 노동시장 참가의 역동성과 개인 경력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노동시장은 고용 불안정 심화, 청년 실업률 증가,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인해 일자리의 불균형과 노동 보호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일자리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임금 체계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대응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자리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지원 또한 도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일자리정책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효과적으로 일자리 창출 및 유지를 촉진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계적인 평가 기준과 분석 방법을 마련하고, 일자리정책의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며, 노동시장의 역동성과 안정성을 모두 높일 수 있도록 서울시 일자리정책이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본 원고의 내용은 연구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