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실학 강사 파견 “한 아이 위한 온마을? 여기 있죠!”
새롭게 개소한 송정아이꿈누리터에 연극강사로 활동
지난 10월 13일의 금요일. 송정아이꿈누리터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인이 등장했다. 오늘부터 수업을 하게된 배은경 강사이다. 낯선이는 자신 소개부터 해야하는 법. 강사는 ‘진진가-두 개의 진짜와 하나의 가짜-’ 게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나는 학생일까?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울까? 서울에서 태어났을까?” 아이들은 흥미를 가지며 그 질문에 참여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는 일도 배워야할까? 그렇다. 아주 당연한 일상도 우리는 배움을 통해 알아간다. 아이들은 이제 같은 방식으로 다시 자신을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서로를 더 알게 되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그 방법을 쓴 뒷면 그들은 더 잘 지낼 수 있게 된다.
배은경 강사는 연극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다. 그녀가 온 것은 그녀의 세계도 함께 여기에 건너왔다는 뜻. 배은경 강사는 아이들을 연극의 세계로 데려갈 인도자다. 마임과 정극, 음악극과 뮤지컬, 인형극과 그림자극, 우리나라 전통의 가면극과 연희극. 강릉단오제 같은 것들이 먼저 아이들 앞에 펼치며 다양한 연극의 종류를 소개했다. 아이들에게 이 경험은 삶의 디딤돌로 놓일 수 있다. 혹은 나침반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 수업은 성동50플러스센터 ‘성동실학’의 결실이다. 성동50플러스센터는 성동실학 강사들을 모집했다. 실사구시(實事求是). 성동실학은 다양한 현장에서 나름의 영역을 개척하고 활동해온 현장의 실버세대를 호출했다. 그리고 그들의 역량을 지역주민들에게 돌봄과 놀이(교육) 및 예술 활동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찾아 갖췄다. 행정과 마을이 협력해 국악, 연극, 책 놀이, 댄스, 종이접기, 동네여행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실버세대가 마을로 ‘침투’할 준비를 마쳤다.
▲ 성동50플러스센터 성동실학 강사 배은경님이 송정아이꿈누리터 아이들을 ‘연극’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오늘도 그 현장 전문가가 실핏줄처럼 뻗은 마을에 닿았다. 그들은 적혈구가 되어 영양과 산소를 공급한다. 만남은 마음을 치유하고 새삶의 기운을 북돋는 백혈구로도 작동한다. 다음은 오늘 성동실학 강사 배은경 님과의 인터뷰.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노원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학생들과 학교에서 주로 진행하는 <스쿨시어터> 극단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예술동아리 <샛길>과 함께 하고 있다. 후자의 대상은 대개 40~50대 이상의 중년들과이다. (샛길은 그 샛길인가?) 그렇다. 가던 길, 정해진 길 말고 옆으로 새는 재미를 느껴보자는 뜻이다.
- 중년들은 연극을 하면서 어떤 말들을 하시나?
“오길 잘했다. 아, 재밌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분, 치유가 된다는 분들이 있다. 연극이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잖나. 역할을 바꿔보기도 하고, 새로운 인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는 가운데 현실을 다시 보게 된다. 때로 해방감을 느끼고 때로는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며 치료의 역할도 하는 거다. 발음이나 말을 더 잘해보고 싶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오는 분들이 덤으로 갖게 되는 이익이기도 하다.”
- 오늘 했던 수업은 어떤 것이었나?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코로나 기간 동안 사람들간의 교류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생애 주기 동안 사회성이 발달해야할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도 큰 영향이 있었다. 교류와 소통이 줄어들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오해와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 자기 이해와 감정표현을 통해 아이들은 더 건강하게 자라난다.”
▲ 서로를 소개하고 알아가는 과정. 연극을 위한 과정이지만 이는 삶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운다. 신체활동 역시 연극에,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이곳에서 지킬 규칙도 만들어간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아이꿈누리터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다. 숙제와 돌봄과 학습 그리고 휴식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전 영역을 망라한 돌봄을 담당한다. 송정아이꿈누리터는 성동에서 열세번째 만들어진 곳. 이곳 문해화 센터장과 성동50플러스센터 보람일자리 국진선 님에게 물었다.
- 공공복합청사가 지난달 문을 열었다. 아이꿈누리터는 그 이전에는 송정동에 없었나?
“이곳은 본래 공용주차장이 있던 곳이라 들었다. 주민들의 수요조사를 통해서 이곳 부지의 용도가 결정된 것이고, 그 안에 주요하게 있던 내용이 여기 아이꿈누리터였다. 2층에 노인복지시설이 있고, 3층엔 데이케어센터다. 4층이 다목적공간에 체육시설이 있어서 아이들과도 활용을 한다. 5층에는 아이꿈누리터와 늘푸른작은도서관이 있다. 주민들과 아이들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풀린 곳이라 들었다.”(문해화)
- 아이들이 있는 곳에 이렇게 59~60대 중장년 시니어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배경을 말씀해 주시라.
“청소년 상담에 관심이 많았다. 보육원퇴소 아동들에 대해 가까운 이웃이 돼주고 싶은 생각도 강했고. 해서 그런 곳을 찾았는데 여의치는 않았다. 대신 오게 된 곳이 여기 아이꿈누리터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보살피는 일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웃을 일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다. 웃을 일이 없는데, 아이들과도 많이 웃는다.”(국진선)
▲ 송정아이꿈누리터를 지키는 세 사람. 왼쪽부터 최인선 돌봄 활동가, 문해화 센터장, 보람일자리 국진선 님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송정동은 천변 마을이다. 중랑천이 마을 곁에서 흐른다. 당연히 제방이 있고, 제방은 이 마을의 일부를 이룬다. 과거에 이 제방 근처엔 농촌서 막 올라온 이들이 서울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머물렀다. 홍수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는 때도 있었다. 빗물펌프장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송정동의 제방길은 사람들의 휴식처다. 자주 사람들은 이 길을 걷는다. 물을 바라보며 자전거도로에서 뛴다. 여름이면 매미 소리를 듣고, 피어나는 벚꽃과 장미와 가을의 은행잎을 즐긴다. 송정은 숲길과 강을 낀 아름다운 마을이다.
송정동 복합청사는 작은 마을의 오랜 숙원이었다. 낮은 지붕과 좁은 골목길목을 가진 이 동네 우뚝 솟은 ‘공공복합청사’다. 아이꿈누리터는 5층, 말하자면 펜트하우스에 자리 잡았다. 전망이 가장 좋고, 햇살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 이 위치는 아이들에 대한 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가장 좋은 것을, 가장 좋은 곳을 아이들에게……. 이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 지금 이곳은 사랑의 현장이다.
▲ 송정아이꿈누리터가 있는 송정공공복합센터 5층에서 바라본 풍경. 송정동은 중랑천변 마을이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