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신중년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나이 들기를 위한 과제를 생각했다. 가장 먼저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하고, 신중년 자신이 그러한 고정관념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이제 거부 다음에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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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노화를 종종 역할 없는 역할이라고 부른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세상은 노화를 종종 역할 없는 역할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임무나 책임 그리고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역할이 신중년에게는 요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의 신중년이 아름답게 나이 들려면 자신도 모르게 젖어있는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롭게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제도적으로도 같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역할이란 한 개인이 사회로부터 나누어 맡은 노릇이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할 때 구성원은 가치 있는 일원이 되며, 사회는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신중년의 슬기로운 생활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유익한 존재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과 함께 이루어진다.

 

이번 편에서는 신중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통념들 즉 부정적이기보다는 문제 인식 없이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통념들을 살펴보고, 더욱 바람직한 신중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노년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이유

신중년의 ‘나이 듦’을 오로지 신체적 쇠약으로만 규정하면 노년은 필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은 환자 노릇 말고는 남는 것이 없게 된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려면 환자 역할을 대신할 노년의 역할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많은 노년의 내면에는 사회에 이익이 될 잠재력이 숨어 있다. 게다가 지금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바로 눈앞에 두고 노령 인구 비율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그러므로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노년의 잠재력을 펼칠 기회 또한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구조가 건강하게 지켜질 것이다. 그와 함께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이 신중년에게 주어지면 노년의 우울증과 노환 등도 감소하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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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년에게는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환자 역할을 대신할 신중년의 역할들

환자 역할을 대신할 신중년의 역할에 대해서 노년학자 로버트 버틀러는 “노인은 문명의 가장 정교한 요소를 관리하는 자로, 적극적인 가이드요, 멘토이자 모델이고, 비평가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도덕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매우 긍정적이고 사려 깊은 말이다. 그러나 학자의 주장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통념으로 굳어진 사회적 인식과 노년 개인의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노인의 지식과 판단력을 인정하지 않고, 노인을 도덕적으로 고리타분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에서 노년은 비평가가 될 수 없고 도덕의 원동력도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특별히 사회적으로 연령차별적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노년에 대해 차별 없는 개념을 가진 사회만이 가치 있고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노년에게 부여하고 기대할 수 있다. 

 

신중년의 사회적 역할, ‘서비스 제공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노인의 역할을 ‘다른 사람을 돌보고 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돌보는 데는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사람 섬기는 일이 노년에게 의미 있는 역할이 되기 위해서는 ‘봉사란 시간 남는 노인들만 하는 특별한 영역’이라는 사회적 통념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고귀한 봉사가 허드렛일 취급받을 위험이 매우 크고, 우리 사회는 봉사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봉사에 참여하는 신중년으로서는 그 일의 의미와 가치를 잃고 말 것이다. 봉사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는 사회적 태도가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신중년의 봉사는 그 자신과 사회에 매우 가치 있는 역할이 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노인이 환경 보호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이 역시 환경 보호 역할에 대한 중요성과 값어치가 사회적으로 제고된다면 매우 합당한 역할일 수 있겠다.

 

신중년의 사회적 역할, ‘지혜의 전수자’

노년이 지혜의 전수자여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통념이다. 노년에 이른 이들이 가진 경륜은 매우 귀중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지혜가 젊은이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청년들이 노년의 지혜를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한 노년의 지혜는 고전 속 이야기나 낭만적 개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모든 세대가 나이 든 이들의 내면에서 고귀한 자질을 알아보려는 마음을 먼저 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찾아내는 눈도 갖추어야 한다. 지식의 쓸모는 유한하다. 하지만 지혜의 쓸모에는 제한이 없다. 우리 사회가 노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노년의 지혜를 바라보면 우리 사회는 노년의 지혜로부터 많은 유익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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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는 열린 마음으로 노년의 지혜를 바라보아야 한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신중년의 사회적 역할, ‘스토리텔링’

노년을 그저 ‘말 많은 노인네’로 치부하지만 않는다면 스토리텔러로서 노년의 역할은 개인 삶의 질과 사회의 건강을 함께 높일 수 있다. 노인의 스토리텔링은 먼저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데서 출발한다.

로버트 버틀러는 노년의 회상을 “개인이 기억과 과거 갈등을 돌이켜 보면서, 해결과 화해, 속죄와 통합, 그리고 평온으로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삶을 돌아보면서 기억 속에서 과거 자아와 다른 사람들을 다시 만나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얻게 되는 정신적 건강함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회상과 삶 되짚어보기는 환자 역할에 갇혀있는 노년을 건강하게 구출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특별히 정신적으로 상처 입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점점 늘어가는 노령층이 정신과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사회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노년의 삶 되짚어보기와 이야기하기는 곧 그가 속한 사회의 건강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인과 나누는 신중년의 스토리텔링

삶을 회상하는 일은 머릿속으로만 이루어지기보다 글이나 말로 풀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는 글로 적어서 낭독하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렇게 타인과 나누는 스토리텔링의 유익함에 모두가 주목할 때가 되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경험과 지식이 많다. 따라서 끌어낼 이야기 소재도 많다. 그 이야기를 글로 적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면 일종의 사회적 유산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잘 전달하려면 먼저 언어가 제대로 정리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다. 많은 사람은 자신의 언어가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하고 지낸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말로 잘 풀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신중년의 언어생활을 돕는 교육과 지원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삶을 회상하여 말하는 스토리텔링은 먼저 자신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타인과 나누는 스토리텔링은 소통과 공감 그리고 관계의 창출과 개선 효과를 불러온다. 특별히 듣는 이가 세대를 달리하는 경우 세대 간의 불신과 오해를 걷어내고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끈이 된다.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를 더 잘 만들 수 있다. 또한, 집단으로 이루어지는 스토리텔링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두루 받아들이며 공감하는 기회가 된다. 이 과정에서 나누는 신중년의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개인 기억의 공유보다는 사회적 산물로 남길 가치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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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간의 스토리텔링은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끈이 된다. ⓒ Pexels

 

스토리텔링 속에서 과거는 새로운 언어로 되살아난다

노년을 그저 과거 일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면 회상이 가지는 아주 중요한 가치를 잃게 된다. 과거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니라 화자가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말하는 순간, 새로운 언어로 계속 되살아난다. 그것이 스토리텔링의 아름다움이다. 모든 스토리텔링은 삶을 나누는 것이다. 신중년의 스토리텔링도 그러하다. 신중년의 새로운 역할로 스토리텔링에 주목해 보자. 그러면, 스토리텔링을 통해 치유와 위로, 평안, 즐거움, 만족, 이해, 소통, 공감, 차이 극복, 관계 생성과 변화 등이 이어지면서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드높이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더 바람직한 신중년의 사회적 역할

이 밖에 신중년의 사회적 역할을 창출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본인이 건강하기만 하면 평생 하던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관념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물론 신체와 인지 변화에 따라 일감과 책임을 조절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은 신중년 자신이 예전에 몰랐던 자기 재능과 능력을 찾아내 발휘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신중년은 이를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자기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그 장치 가운데는 다양하고 접근이 쉬운 교육의 기회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그 밖에 다양한 공동체 일에  참여하도록 공동체의 문을 넓게 여는 일이 필요하며, 종교와 집회, 모임 등에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호의 턱을 낮춘다면 신중년은 이를 통해 삶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창출해 내게 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슬기로운 신중년 생활을 위한 마지막 이야기로 신중년의 바람직한 언어생활에 대해 생각해 본다.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cbsanno@naver.com)

 

 

 

[슬기로운 신중년 생활] 


① '나이 듦'을 마주하는 신중년

② 아름다운 나이 듦을 위한 과제

③ 신중년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

④ 신중년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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