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영혼 그리고 유령
‘사랑과 영혼’은 1990년 국내에서 개봉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로맨스·판타지 영화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은 ‘샘’의 영혼이 연인 ‘몰리’를 떠나지 못해 주위를 맴돌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몰리는 실체(육체)는 없고 영혼만 있는 샘의 존재를 알지 못하자 샘이 점성술사의 도움을 받아 몰리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줄거리로 원제목 Ghost를 번역하면 ‘사랑과 영혼’이 아니라 ‘유령’에 가깝다. 주연인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외에 돌팔이 점성술사 역의 우피 골드버그의 명연기와 주제곡 ‘Unchanged Melody’의 애절한 운율이 이 가을 가슴 뭉클하게 파고든다.
▲ 사랑과 영혼 포스터
점성술과 명리학
‘샘’처럼 영혼은 과연 있는 걸까? 죽으면 육신과 영혼은 분리되는 걸까?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로 인간은 종교와 과학, 미신에 의지하고 나아가 주술과 접신으로 신을 영접해 믿음으로써 현생을 연장하고 구원받으려 한다. 인간은 죽어도 PC처럼 리셋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의 미래를 예측하고 불행과 불의의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점성술(占星術)은 천체 현상을 관찰하여 인간의 운명과 미래를 점치는 기술이다. 서양에서는 점성술이 신과 소통하는 신호로,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과 땅에서 일어나는 일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믿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해와 달, 수성, 금성 등 여러 행성 별자리에 기반하여 개개인의 성격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언한다.
한편, 주로 젊은 층이 가볍게 즐기는 점인 타로(Tarot)는 78장의 카드가 상징하는 각각의 의미와 상황들로 자신의 현재 및 미래를 비춰보고 해결을 구하는 도구로 우리나라에서도 놀이처럼 널리 이용되고 있다.
동양에서는 명리학을 중심으로 운명을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왔다. 생년월일시에 부여된 4개의 간지(干支)를 사주(四柱)라고 하고 여기에 쓰는 여덟 글자를 팔자(八字)라고 하며, 이 글자를 포함한 여러 상관관계를 따져서 개인의 명운을 해석한다.
사례는 다르지만 화투가 48장, 포커 게임에 사용되는 카드가 52장, 마작 패가 104개인 점을 감안하면 경우의 수만큼 세분된 조합이 가능하고 해석 또한 복잡해진다.
▲ 조디악과 타로 카드
사주팔자 명리학
“아이고 내 팔자야”, “모든 게 팔자소관이다”라고 할 때의 팔자는 四柱八字의 八字다. 사주팔자는 하늘을 의미하는 ‘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의 10천간(하늘 天, 기둥 干)과 땅을 의미하는 ‘子丑寅卯辰巳午未辛酉戌亥’의 12지지(땅 地, 가지 支)를 年月日時의 네 기둥에 위아래로 두 글자씩 여덟 글자로 구성하고 음양오행(日月, 木火土金水)과의 상호작용을 대입하여 수천 년 동안 통계적으로 반복되고 누적된 데이터로 운명을 예측하는 명리학의 기본 도구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길흉화복을 보기 위해 연월일시에 각각 천간과 지지 하나씩 배속하여 이들을 년주, 월주, 일주, 시주라 하였는데, 四柱는 문자적으로 이 4개의 기둥(柱)을 의미한다. 두 글자로 구성된 기둥이 넷, 총 여덟 글자로 사주팔자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또한 地支 안에 숨겨져 있는 天干인 지장간(地藏干) 또한 사주팔자에서 매우 중요하게 기능하는 항목이다. 나를 기준으로 조상과 부모, 배우자, 자녀 등과의 관계를 따지는 십신(十神), 천간과 지지의 여러 글자 조합으로 역마살, 도화살 등을 비롯한 각종 살(殺)과 합(合), 충(沖), 형(刑), 파(破) 공망(空亡), 궁합(宮合), 귀인(貴人) 등 다양한 변수를 매트릭스로 조합하여 복잡한 인간의 생애를 도식화한다.
그렇다고 해도 음력을 쓰는 사람 중에 똑같은 운명이 5만 개 이상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 부모의 사주팔자를 더하여 들여다보면 세상에 같은 사주팔자를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명리학은 고려 초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졌으며 조선시대에는 정치, 군사, 과학, 의학 등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까지 발전하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저급한 점술을 다루는 명리 부분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명리학이 대학에서 방법론, 문헌과 역사연구 외에도 개인의 성격, 체질에 대한 연구와 적성에 따른 진로 추천, 심리 진단, 질병 예측 등 학문으로서 활발하게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명리학의 기본 도구인 음양오행, 십간, 십이지 등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주팔자를 풀이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주로 자신이 불운하다고 느껴 사주팔자를 접하기 때문이고, 점술가(역술가)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의뢰인의 심리적인 약점을 이용해 나쁜 쪽으로 풀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종교의 유해성은 논외로 하고, 사주팔자는 여유를 가지고 재미 삼아 봐야 하는 것이지, 마치 다가올 미래가 불행으로 점철될 것으로 맹신하고 함몰되면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이 아닌 비관적인 삶만을 지속하게 된다. 누구나 똑같이 살 수 없듯이 누구나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고, 모든 걸 다 누릴 수도 없다.
운명이란 해석하고 활용하기 나름이다. 불행이라도 그것이 운명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과 불행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쾌락과 행복도 ‘고통과 불행 중 잠시 벗어난 상태’ 정도라고 인식한다면, 미신이나 점 따위에 기대지 않고도 현실에 순응하는 삶과 자존감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아리 점집촌, 낙원상가 옆 타로점집
금천50플러스센터의 사주팔자와 9월 운세
무료 접속 앱으로 금천50플러스센터를 의인화하여 개관식 일자(2020.10.16. 16:00)를 생년월일시로 보고 사주팔자를 대입하여 살펴보았다.
▲ 사주팔자, 운세표
경자년, 병술월, 임진일, 무신시의 사주팔자로 오행이 고루 들어있어 전반적으로 좋은 사주이며 만물을 중재하고 포용하며, 믿음이 강하고 고집과 끈기가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9월의 운세는 어땠을까?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달이니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달이다… 작은 것을 바라면 얻을 것이 있으니 요행을 바라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기대 이상의 것을 제안받는다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소모적인 시간이 되지 않도록 시간 활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운의 흐름보다 자신의 노력이 더욱 중요한 달이며, 평이한 흐름에서 좋은 것만 바라는 것은 무리가 따르니 활용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
사족) 觀相, 手相, 足相처럼 상(相)은 사주팔자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표출된 통계적인 운명을 읽는 것이고 점(占)은 주역(周易)의 64괘를 통해 세상의 근본원리를 파악하여 사람의 최종적인 판단을 돕는 것이다.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powerarcd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