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정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잘츠부르크에는 15만 2,083명이 살고 있으며, 이중 여성이 7만 9,363명(52.7%), 남성이 7만 2,720명(47.3%)이다. 연령별로 나눠보면 15세 미만 연령 그룹이 12.8%, 15세에서 60세 사이 61.4%, 60세 이상 연령 그룹은 25.8%다. 또한 오스트리아 시민권자 비율은 74.7%, 오스트리아 시민권자가 아닌 비율은 25.3%였다. 중장년 및 고령 세대와 관련해 잘츠부르크의 60세 이상 인구는 약 4만 400명이다.

 

60세 이상 연령 그룹이 25%를 넘어가다보니 잘츠부르크 주 정부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과 떨어져 사는 고령자가 도움이 필요하지만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정부는 보살핌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해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주 정부는 시설이 아닌 집에 머무는 고령자를 위해 방문서비스를 통한 정보 전달과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집으로 음식을 배달하거나 의료진을 파견하기도 하고, 각 가정에 직접 돌봄 인력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노후대비 포트폴리오’ 지원, ‘단기 요양 보호’ 제도, ‘시니어 패스’ 등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이처럼 다양한 중장년 및 고령 세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크다. 그 중에서도 55세 이상 중장년의 활동이 활발해, 잘츠부르크 주정부와 자원봉사센터에서는 ‘55+세대’라는 이름의 자원봉사 프로젝트를 따로 운영 중이다. 유럽 중에서도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55세 이상을 시니어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본론에서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중장년 및 고령 세대 위한 다양한 잘츠부르크 주정부 프로그램

중장년 및 고령 세대를 위한 잘츠부르크 주정부 프로그램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첫 번째 ‘노후대비 포트폴리오(Vorsorgemappe)’ 정책이 있다.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설계와 계획 등을 모두 담고 있는 본인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주정부가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포트폴리오 양식은 잘츠부르크시의 노인 간병 센터나 주정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60장이 넘는 ‘노후대비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보와 신청 양식이 함께 포함되어있는 문서을 보면, 포트폴리오에는 본인의 여러 정보를 정리해서 적게 되어있고, 주제별로 주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다. 첫 페이지에는 먼저 상세하게 개인 정보를 기재한다. 본인이 아플 경우 어떤 보살핌을 원하는지, 예를 들어 집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바라는지 아니면 시설이나 병원에서 어느 정도 비용을 내고 머물길 바라는지 등을 선택하게 되어있다.

‘노후대비 포트폴리오’의 주요 분야는 ‘재정 및 보험’이다. 본인의 은행 정보, 수입과 저축 상태, 보험 가입 상태 등을 기재하게 되어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적으면서 중장년 및 고령 세대는 재정 운영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노후대비 포트폴리오’ 지원서에 따르면, 만약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고 다른 수입이 없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는 ‘최소 보장(Mindestsicherung)’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서를 해당 부서에 제출할 수 있다고 적어놓았다. 이 외에 주택 보조금이나 저소득 가정을 위한 난방 보조금 신청 방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우선적으로 고령자가 시설이 아닌 집에 머물며 여러 의료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노후대비 포트폴리오’에는 의료 시설을 이용해야 하거나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서비스와 다른 지원 방식을 원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여러 사무소 정보와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담겨져 있다. ‘재산 상속’ 분야도 포트폴리오에서 주되게 다루고 있다. ‘노후대비 포트폴리오’ 신청 양식을 보면 잘츠부르크 주정부는 “잘 준비된 상속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대해 준비를 할 때에는 주정부에서 추천하는 공증 사무실이나 법률 사무소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추천 공증 사무실 주소와 연락처 외에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지방 법원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주정부는 “모든 중장년 및 고령 세대는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명확한 지침을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 친지 등에게 ‘노후대비 포트폴리오’를 평상시에 어디에 보관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며 “이 포트폴리오의 모든 정보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 개인을 위한 여러 서비스 지원 체계를 설계하는데 기초로 활용되며 보살핌이 필요할 때 본인이 원하는 데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요한 자료.”라고 ‘노후대비 포트폴리오’ 양식에 설명을 붙였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잘츠부르크 주정부의 중장년 및 고령 세대 지원 정책은 ‘단기 요양 보호(Kurzzeitpflege)’다. 주정부 자료에 따르면, 많은 잘츠부르크 여성 시민이 집에서 돌봄이나 치료가 필요한 고령자를 돌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주정부는 ‘단기 요양 보호(Kurzzeitpflege)’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집에서 가족을 돌보는 시민이 휴가, 질병, 직업 등의 문제로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할 때 최대 6주까지 ‘24시간 간호’, ‘청소’, ‘세탁’, ‘전반적인 돌봄’ 등의 서비스를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와 연계해 잘츠부르크 주정부 ‘시니어 돌봄(Seniorenbetreuung)’팀은 고령자가 집에서 여러 사회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중장년 및 고령 세대 방문 서비스’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잘츠부르크에서는 중장년 및 고령자를 위해 ‘RVS-시니어 패스(RVS- Seniorenpass)’라 불리는 시니어 패스를 운영 중이다. 60세 이상이고 잘츠부르크에 거주하는 중장년 및 고령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최근 사진과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등을 지참하고 잘츠부르크 담당 부서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카드를 소지한 중장년 및 고령자는 박물관, 극장, 목욕탕 등을 할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성인 재교육 기관에서 특별 할인된 가격으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 외에 신발, 의료용품, 의류, 가구, 식품, 전기 제품 등 일반 생활용품을 구매할 때도 할인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잘츠부르크 중장년 및 고령 세대 활동의 중심 ‘자원봉사’

유럽에서 중장년 및 고령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자원봉사(Freiwilligenarbeit)’다. 오스트리아에는 1998년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 그라츠(Graz)에 최초로 자원봉사센터가 세워졌다. 이어 잘츠부르크와 비엔나, 티롤에도 자원봉사센터가 세워졌다. 이 네 곳의 자원봉사센터는 2003년부터 ‘오스트리아 자원봉사센터 협의회’를 만들어 활동을 이어왔으며, 그라츠에 위치한 센터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Freiwilligenzentrum Salzburg)’는 취미 교류와 자원봉사활동이 함께 이뤄지는 ‘Hilfe & Hobby(힐페운트호비, 도움 & 취미)’센터로 1999년 설립되었다. 이후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청소년, 장애인, 난민 등을 위한 사회사업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카리타스 잘츠부르크(Caritas Salzburg)’가 잘츠부르크 주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센터를 운영했다. 2016년부터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는 잘츠부르크 주정부, 독일 개신교 중심의 봉사회인 ‘디아코니(Diakoniewerk) 잘츠부르크’ 등 여러 기관과의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에 관심 있는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과 자원봉사자 코디네이터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에 센터 자원봉사자와 코디네이터들은 ‘오스트리아 자원봉사센터 협의회’ 회원으로 정기적인 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잘츠부르크 내 다른 사회 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에는 2003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센터를 이끈 잉그리드 에브너(Ingrid Ebner)와 새로 센터 운영을 맡게 된 다그마르 바움가르트너(Dagmar Baumgartner)와의 인터뷰가 공개되어있는데, 이 내용에 따르면 자원봉사자들은 중장년 및 고령 세대를 위한 봉사활동을 신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와 함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학습 지원을 돕는 자원봉사 신청이 뒤를 이었다. 잘츠부르크에서 중장년 및 고령 세대를 돕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15년 넘게 센터를 이끈 잉그리드 에브너(Ingrid Ebner) 전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 관련 자원봉사 프로젝트는 2009년 가을, 주 정부와 지역 문화 자문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잘츠부르크는 낭독한다(Salzburg liest vor)’ 프로젝트였다. 글을 읽기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여러 문헌을 읽어주는 프로젝트였는데, 당시 고령 세대를 위해 낭독자로 참여하겠다고 센터를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100명이 넘어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잉그리드 에브너 전 대표가 떠올리는 특별한 프로젝트는 미성년 난민들을 돌보는 크리스마스 캠페인이다. 잘츠부르크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희망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편지를 쓰면, 선물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기증자에게 편지를 전달해주는 캠페인이었다. 편지를 받아서 전달하는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필요했는데, 캠페인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수가 많아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이 캠페인 또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잉그리드 에브너 전 대표는 “최근에는 난민을 위해 독일어 수업을 진행할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 은퇴한 중장년 및 고령 세대를 비롯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독일어를 가르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난 15년 동안 자원봉사자와 코디네이터들이 센터의 모든 성공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걸 지켜봤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잉그리드 에브너 대표가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다.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 코디네이터에 대한 교육 지원, 경험 교환 워크숍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 에브너 대표는 2007년 독일 개신교 중심의 봉사회인 ‘디아코니(Diakoniewerk)’와 함께 처음으로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를 위한 교육 과정’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그는 “모든 자원봉사센터의 중점 사항은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과 워크숍이며 이를 위한 지원이 다양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잘츠부르크 주정부와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와의 협력으로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자원봉사 프로젝트는 55세 이상 중장년 및 고령 세대가 참여하는 ‘55+세대(Generation 55+)’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연방 노동·사회·건강·소비자 보호부가 후원하며,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정규 방문 서비스, 학습 지원 등 다양한 자원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상담과 문서 작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주 정부는 ‘55+세대’ 프로젝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여성과 남성은 현재 55세에서 65세 사이에 은퇴합니다. 그동안 오래 이어져 왔던 전문적인 직업 활동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중장년 및 고령 세대는 새로운 삶을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 앞에 서 있습니다. ‘자원봉사’는 은퇴 이후 삶에 큰 도움이 되어주며, 자신의 경험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55세 이상의 중장년 및 고령 세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시작해보세요. 새로운 경험을 얻고, 새로운 사람과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55+세대(Generation 55+)’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 자원봉사자는 세 가지 옵션 중 한 가지를 골라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일반 사회(allgemeiner Sozialbereich)’ 영역에 참여하는 자원봉사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내용을 살펴보면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를 위한 여행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 입원 중인 70세 이상 고령 환자를 돌보는 일, 간단한 바느질 기술을 가르쳐주는 일, 보호자가 없는 난민 아동을 돕는 일, 정신 질환이 있는 장애인을 위해 정기적으로 외국어 학습을 돕는 일 등 다양하다.

두 번째는 ‘시니어 고위 전문가(Senior-ExpertIn)’로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동안 직업을 통해 취득해온 자원봉사자의 특수 전문 지식을 활용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형태의 활동이며, 참여 기간은 자원봉사자 의사에 따라 주기적으로 참여하거나 단기간만 참여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시니어 고위 전문가’ 자원봉사 영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유아나 청소년을 돌보는 기관의 일반 사무, 회계 및 IT 지원 등이 가능한 사무직, 아이들 학습을 돕거나 다양한 수업의 멘토로 일할 수 있는 교육직, 비영리단체 홍보 일을 돕는 홍보 전문가, 성인을 대상으로 중·고급 수준의 스페인어를 가르쳐줄 선생님, 전기나 기계, 건축기술 등을 가르쳐줄 수 있는 기술 전문가 등이다. 이 외에 마지막으로 중장년 및 고령 세대가 ‘55+세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은 단기간 ‘짧고 실용적인(kurz und kompakt)’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는 약 2~3주 동안 하루 4~6시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에는 2003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센터를 이끈 잉그리드 에브너(Ingrid Ebner)가 ‘55+세대(Generation 55+)’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장년 및 고령 세대를 인터뷰한 내용이 공개되어 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 사회 영역’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거나 ‘시니어 고위 전문가’로서 자원봉사에 참여한 중장년 및 고령 세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이중 일반 사회 영역과 시니어 고위 전문가 영역에 모두 참여한 ‘토마스 호이어(Thomas Heuer)’ 박사는 ‘교사’로 잘츠부르크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호이어 박사는 은퇴 전까지 영어와 체육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일해 왔으며, 은퇴하고 연금을 받으며 생활한 지는 2년이 지났다. 그는 은퇴 이전에 자원봉사활동 계획을 세운 적은 없었으나, 지난 몇 년간 오스트리아 내 난민이 급증했고 여러 도움이 필요한 난민들을 보면서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잘츠부르크 내 여러 카페나 센터에서 난민의 독일어 학습을 지원하는 일에 참여하게 됐고, 그러던 중 난민 관련 센터에서 ‘55+ 세대(Generation 55+)’ 프로젝트에 대한 홍보물을 발견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난민이나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새롭게 진행하기도 했다.

 

호이어 박사는 난민 관련 활동과 함께 손기술에 대해 알려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스스로 만들다, 수공업자(Do-it-yourself-Handwerker)’를 직접 운영해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부로부터 생활 보조금을 받는 주민들을 위해 센터에서 일상에서 필요한 손기술 등에 대해 가르쳐주었고, 주민들이 직접 작은 수공예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도 동참했다. 호이어 박사는 “은퇴 이후 나는 여전히 선생님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누군가를 돕는 일 자체에 큰 행복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중장년 및 고령 세대 친구와 지인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며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 딸들도 난민 지원 활동에 참여하게 됐는데, 누군가를 돕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 사회 영역’과 달리 ‘55+세대(Generation 55+)’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단기 실용(kurz und kompakt)’ 프로그램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편지를 전달하는 자원봉사활동이 있다. 잘츠부르크의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이주자와 난민 가정의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희망을 담은 ‘크리스마스 어린이 편지(Christkindlbriefe)’를 기증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캠페인이다. 수많은 편지를 받아 전달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매년 많은 중장년 및 고령 세대 자원봉사자가 이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잉그리드 에브너 전 자원봉사센터 대표가 만난 중장년 및 고령 세대 활동가들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곳에 거주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정기적인 활동이 아닌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55+세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중장년 및 고령 세대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기부자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고 아이들의 희망 편지를 모으는 일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며 “다른 사람, 특히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보다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자원봉사 캠페인에 참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가자에 이어 이어 잉그리드 에브너 전 잘츠부르크 자원봉사센터 대표는 자원봉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디네이터를 인터뷰했다. 주인공은 잘츠부르크 남쪽에 위치한 ‘자원봉사-네트워크(Freiwilligen-Netzwerke)’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미하엘라 발만(Michaela Wallmann)씨다. ‘자원봉사-네트워크’는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가 신뢰하는 자원봉사자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잘츠부르크시 프로젝트로, 기독교 봉사회 ‘디아코니 잘츠부르크’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발만씨는 ‘디아코니 잘츠부르크’에서 약 20년 동안 중장년 및 고령 세대 관련 일을 해왔으며 현재 6년째 ‘자원봉사-네트워크’에서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잘츠부르크시가 디아코니와 협력해 진행하는 ‘고령 세대 무료 방문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이다. 방문을 원하는 고령 세대와 이들을 돕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해 이동이 불편한 고령 세대를 위한 이동 및 여행 서비스, 음식 배급 서비스 등 고령 세대를 위한 여러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발만 씨는 도움이 필요한 고령 세대 집들을 직접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집마다 방문서비스를 책임질 자원봉사자를 찾고 연결해준다. 어느 집이든 첫 번째 방문이 이뤄지는 날이면 그는 늘 자원봉사자와 동행한다.

 

발만 씨는 최근 고령자 방문 서비스 일에 중장년 및 고령 세대들의 자원봉사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령자를 위한 자원봉사 일에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장년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첫 자원봉사활동으로 고령 세대 방문 서비스를 신청한 한 여성은 90세의 한 고령자를 방문하게 됐고, 고령자는 직접 집을 방문해준 자원봉사자 덕에 외부활동은 물론 박물관을 방문하는 등의 문화 활동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발만 씨는 “이 두 사람을 연결하고 나서 도움을 받은 고령자가 ‘자원봉사자 덕분에 다시 살아있다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해왔는데, 오랫동안 자원봉사 코디네이터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되었다.”고 전했다.

 

한편 발만 씨에 따르면 방문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 세대는 센터에 직접 연락을 취하거나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고 있으며 반면 자원봉사자들은 입소문과 언론 보도,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을 신청하고 있다. 그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 자원봉사자의 필수 덕목으로 ‘공감과 인내심, 열린 마음’을 꼽았다. 이어 고령 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 서비스에 대한 준비 등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발만 씨는 “많은 고령 세대가 집에서 머물며 지원을 받고 싶어 하고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할 때만 보호 시설로 가고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며 “이에 앞으로 고령 세대 방문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더욱 많아질 것이며 관련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55+ 세대 활동가들의 역할 또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다 보니 여러 주(州)로 나뉘어 있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 주정부 지원으로 여러 자원봉사센터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러 세대가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면서 각자 세대가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고받는 ‘세대 간 자원봉사활동’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직업 경험이 많은 중장년 및 고령 세대는 보살핌이 필요한 아동과 어린이를 도와주고,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장년 세대는 이동이 어렵거나 집에서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고령자를 도와준다. 최근 독일과 오스트리아 자원봉사활동의 핵심 지원 그룹인 난민을 돕는 활동에는 중장년 및 고령 세대들이 언어를 가르쳐주고 사회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60세 이상 연령 그룹이 전체 도시 인구의 25%가 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다양한 세대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뒷받침되어있다. 그중 55+세대가 이끌어가는 ‘55+ 세대’ 자원봉사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하다. 55+세대는 다양한 고령자, 아동, 난민 등을 돕는 ‘일반 사회’ 자원봉사와 본인이 직업을 통해 취득해온 전문 지식을 전달해주는 ‘시니어 고위 전문가’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은퇴 후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잘츠부르크 자원봉사기관들이 성공적으로 잘 운영되는 이유는 주정부의 탄탄한 지원과 잘츠부르크 내 여러 자원봉사센터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뿐만 아니라 주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비영리단체 ‘카리타스 잘츠부르크’와 독일 개신교 봉사회인 ‘디아코니’ 등 봉사활동을 꾸려가는 다른 기관과의 협력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어렸을 때부터 은퇴 이후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잘츠부르크의 성공적인 자원봉사 프로젝트 사례가 먼 나라 이야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해진다면, 개개인의 자원봉사활동이 세대 간 통합과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는 미래는 우리에게 한발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