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 필자는 퇴직을 결심하고 주변에 알리는 중이었고, 동료들은 무슨 일을 하려는지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누군가 미국의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의 한국 방문을 전하며 ‘네가 하려는 일을 그들은 앙코르커리어라 부르던데’라며 알려주었다. 낯설었던 그 말은 이제 삶의 전환을 위한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다.


앙코르커리어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지만, 보통 금전적 보상, 개인의 열정과 보람 그리고 사회적 목적이 균형을 이루는 일·활동이라 볼 수 있다. 퇴직 전 주된 일자리는 아무래도 ‘금전적 보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열정도 있지만 공허하기 쉽고, 사회적 목적도 있지만, 그것이 단기적이거나  부수적 결과로 따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퇴직 후 앙코르커리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일자리가 더는 50+세대에게 주어지지 않는 현실적 이유도 있고, 개인에게 적게나마 소득 보전의 효과도 있어서겠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예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요즘에 와서 더 중요해지는 것들을 종종 본다. 세대, 계층, 이념 간 소통의 어려움이라든가 미세 먼지, 기후변화 같은 생태 이슈 등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가 그러한 예이다. 새로운 과제의 등장은 한편으로 전에없던 일·활동 가능성을 여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제들은 그해결 방식뿐 아니라 해결 주체의 역량과 동기부여도 매우 중요하다. 풀어야 할 문제들은 여러 영역에 걸쳐 있고, 금전적 동기부여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50+세대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다양한 전문성과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면서도, 금전적 보상에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유는  50+세대가 보유한 유무형 자산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인생 후반 남은 삶에 대한 인식으로 일·활동 가치에 대한 우선순위를 재정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50+세대는 기존 일자리에서도 쉽지 않았던 자발적, 의욕적으로 두뇌를 활용하고, 여러 자원을 결합하여, 실험할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가지 사례를 보자. 서울에서 과학교사를 하다 귀촌하여 농촌에서 30여 년의 교사 생활을 마친 선생님이 있다.

그는 농촌의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겪는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그들을 위한 정규 특성화고 설립을 인생 후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각종 규제와 학교 설립 재원 등 넘어야 할 산은 높았다. 우선 재원 마련을 위해 지역 농산물 활용 식품 사업을 시작했고

이주여성에 대한 교육, 일자리 제공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정부 부서와 지자체에만 맡겨 해결할 수 있을까?

기존과는 다른 관점으로 보고 정책 우선순위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에 50+세대의 역할이 있고 앙코르커리어의 의미가 있다. 
이제 50+당사자가 정부나 지자체 정책의 수혜자로만 머물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의 기획자이자 실행자로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가 왔다.

교육에만 머물지 말고 자원봉사, 커뮤니티 활동, 인턴십과 파일럿 등 작은 규모라도 실행하는 연습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50+ 지원기관들도 교육뿐 아니라 조직화와 일·활동 연계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앙코르커리어를 중산층 50+세대만을 위한 배부른 정책이 아닌, 생산인구 1/3을 차지하는 인적 자원의 적극적 활용과

향후 취약계층으로의 전락을 막는 선제 대응 측면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앙코르커리어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인적 자원과 신뢰 자본을 쌓아가는 방식이자

50+세대 주도 운동의 성격으로 진화 발전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틈새 일자리가 아닌 또 하나의 주된 일·활동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