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50플러스센터에 11월에만 6강좌 수강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 김철근

▲ 성동50플러스센터 복도에 적힌 ‘50+ 멋진 인생’이란 글귀와 딱 맞아떨어지는 김철근 씨 / 성동50플러스센터 프론트에서 ⓒ 50+시민기자단 서성원 기자

성동50플러스센터 강좌 취재 중 우연히 만난 사내

▲ 인터뷰하는 김철근 씨와 서성원 기자 ⓒ 성동50플러스센터

김철근 씨는 취재 중에 만났습니다.

성동50플러스센터의 ‘디제잉 클래스’를 취재하러 갔었습니다. 수업 시작 전에 거치는 절차가 있습니다. 수강생에게 초상권 사용에 대해 의견을 묻습니다. 그런데 웃으면서 시원하게 대답하는 분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많이 찍어주세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편안하게 찍겠습니다.”

이런 분이 한 분만 있어도 사진 찍는 게 참 수월해집니다. 나는 김철근 씨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디제잉 클래스 수업을 진행할 때 책상에 올려놓은 명찰을 보았습니다.

‘김철근’

나는 취재 노트에 그의 이름을 기록했습니다. 기사 작성할 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날 수업 시간에 그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몸으로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나게 배우고 있다는 게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것이 내가 그를 처음 본 날의 첫인상입니다.

▲ 김철근 씨 ⓒ 50+시민기자단 서성원 기자

세상에 이런 일이, 50플러스센터에서 300강좌를 수강한 사람

‘디제잉 클래스’ 수업 중 쉬는 시간입니다. 김철근 씨에게 50플러스 수강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300강좌 들었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는 퇴직한 지 1년이라고 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쓸 자유 주제 기사는 김철근 씨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져볼 게 없었습니다.

김철근 씨와 인터뷰, 다음 날 전격적으로 이뤄져

인터뷰도 쉬웠습니다. 왜냐하면 다음날 성동50플러스센터에 수강하는 강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6강좌를 수강 중이었습니다. 다음날 김은주 PM이 자리를 마련해주어서 김철근 씨와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김은주 PM이 인터뷰 모습을 사진 찍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김철근 씨의 대답.

“난 사진 많이 찍어주면 좋아. 다른 사람들은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 김철근 씨의 휴대폰에 있는 일정표. 50플러스센터 수강 강좌로 빼곡하다. ⓒ 50+시민기자단 서성원 기자

50플러스센터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그게 궁금했습니다.

퇴직 전에는 아산과 태안 현장에 주로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중견건설업체 임원을 맡은 만큼 업무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퇴직 후 서울에 거주하며 50플러스센터의 다양한 강좌를 알게 되어서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가 처음으로 들은 강좌가 무엇이었을까요?

“2019년 강주현 선생님의 패션 강좌였어요. 코로나로 다른 강좌는 비대면으로 할 땐데, 이 강좌만은 대면이었고요. 이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이란 말이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이야.

▲ 현재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강주현 강사가 맡고 있는 강좌 ⓒ 성동50플러스센터

50플러스센터 수강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이야

“패션을 하고 나니깐 자신감이 생겼어요.”

“40년 100일을 월급쟁이 생활하면서 유니폼만 입고 다니다가 (강좌 수강 뒤 지금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바뀌었잖아요.”

나는 인터뷰 뒤에 서부캠퍼스 홈페이지에서 김철근 님이 수강한 패션 수업 사진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강주현 선생님이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강좌를 열고 있다고 했습니다. 300강좌를 수강했다는 얘기에 대해 물었습니다.

“확인해봤어요. 320건을 수강 신청했고 완료 강좌가 250건이더군요.”

이렇게 많이 수강하게 된 까닭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회사 생활하다가 나오니까 갈 데는 있어야 하는데, 정기적(규칙적)으로 갈 데가 없어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어요.”

“(강좌를 수강하니까) 갈 데가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다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게 많이 있었고요.”

직장인으로 미루고 미뤄왔던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수강료가 너무 싸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50플러스(센터)는 (일반적인 수강료에서) 공 하나 빠진 거(금액)잖아요. (수강하면) 돈 버는 거잖아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데다 수강료까지 싸니까요.”

50플러스센터 수강으로 갈 곳이 있어서 생활에 활기를 찾아

그렇다면 김철근 씨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이 무엇이었을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갔습니다.

노래와 뮤직비디오 얘기였습니다. 그가 작사, 작곡한 노래로 뮤직비디오를 제작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50플러스센터가 이끌어 주어서 가능했다고. 이 말을 할 때, 무척 만족하는 얼굴이었습니다. 곧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발표한다고 합니다. 나도 기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50플러스 강좌를 수강해서 무엇을 얻었는지 알만했지만 그래도 물어보았습니다.

“활기차졌어요. 나이 먹는 게 두려웠는데 그게 없어져 버리고.”

여기서는 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원래부터 그는 긍정적이고 활기찬 사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 그런 성격으로 비쳤기 때문입니다.

“내가 제일 걱정했던 게 외로움이었어요.”

현재 밝은 모습과는 너무 다른 대답이었습니다. 내가 아닌 것 같다고 거듭 말하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혼자 노는 것을 추구했어요.”

헬스, 등산 같이 혼자 하는 것들을 했다고 했습니다. 건강을 위해 만 보를 채우려 하는데 매일 등산을 갈 수가 없었다는 것. 원래 활발한 성격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50플러스센터가 김철근 씨의 성격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사람을 확 바꿔놓은 건 확실했습니다. MBTI 수강한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전에는 동네 동생들이 퇴물인 나를 위해 놀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은 당당하게 말해요. 나, 갈 데 많아. 놀아준다고 여기지 마.”

얘기가 흘러 작사, 작곡해서 기뻤다는 얘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꿈은 가수였다는 것.

“성동50플러스센터는 음악 특성화 센터”

▲ 성동50플러스센터 ‘디제잉 클래스’를 수강하는 김철근 씨 ⓒ 50+시민기자단 서성원 기자

그래서 성동50플러스센터가 다른 센터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을 때 그가 대답했습니다. 음악 쪽으로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다고. 가수가 꿈인 그에게 성동50플러스센터가 잘 맞았나 봅니다.

“50플러스센터에서 촬영을 배워서 뮤직비디오를 만드니까 내가 대견스러운 거예요.”

50플러스센터에서 작사, 작곡을 배워서 싱어송라이터가 되었다면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음원을 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습니다. 작곡한 노래는 50플러스센터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곡이라고 했습니다. 50플러스센터에서 그 곡을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50플러스(센터)를 다니면서 활발해져서, 자신감 있게 돌아다니죠.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이번 노래에도 이런 가사를 넣었어요. 뭐든 해보자, 좋았으면 멋진 거고, 나빴으면 경험인 거다.”

노래 얘기가 나와서 제목을 물어봤더니, ‘내가 그냥 행복하다, 생각하면 돼’로 예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철근 씨는 50대 들어서 취미활동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취미활동이 중단되면서 50플러스센터의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50플러스센터를 만나서 깨달은 것은, 인생 1막은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살았는데 인생 2막은 ‘반대로 살아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40년 넘게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고 살았으니 이제는 거기에서 살짝 벗어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지역 50플러스센터는 김철근 씨에게 물어봐야

▲ 김철근 씨는 패션을 수강해서 그럴까. 패션이 남다르고 자신감이 넘친다. ⓒ 50+시민기자단 서성원 기자 

서울에 50플러스센터가 얼마나 될까요. 김철근 씨의 말에 따르면 현재 17개라고 했습니다. 최근에 생겨난 센터는 아직 개설 강좌가 별로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북부캠퍼스만 빼고 모두 수강했다고 했습니다.

11월에 김철근 씨가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수강하는 강좌는 모두 6개입니다. 힐링 플루트 교실, 해금 취미반, 디제잉 클래스, 내 인생의 자작춤 만들기, 내 몸의 건강지도(경락), 푸미스트-액티브 시니어 모델반 등입니다. 김철근 씨는 여러 센터를 다녔습니다. 성동50플러스센터가 어떻게 느껴졌을지 궁금했습니다.

“제 생각인데요, 음악(분야 프로그램이)이 특성화되어 있어요.”

수강하는 강좌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디제잉 클래스’는 DJ로 꿈을 키울 수 있어서 좋아요. 배워서 동네 라이브 카페 같은 데서 활동해볼까 싶죠. 가게에 도움이 될 테니 사장이 싫어할 것 같진 않아요.”

“‘내 인생의 자작춤 만들기’는 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경락은 전부터 공부해보고 싶었던 건데요. 신체가 우주 같다는 것을 강사님이 알려 줘서 너무 좋아요.”

“해금은 시작할 때 악기를 대여해줍니다. 대여비는 내야 하고요. 계속해서 배우려면 그때 악기를 구입하면 되지요. 해금은 두 번째 수강입니다.”

“플루트는 제가 (플루트) 소리를 좋아해서 악기도 구입했어요. 당근마켓에서요.”

“(악기 배우는 건) 쉬운 건 하나도 없는데, 내가 좋아하니까. 폼 잡는 거, 그런 위주로 하려고 해요. 소질 있으면 더 깊게 들어가면 되는 거고, 그런 거 아닌가요.”

▲ 성동50플러스센터 ‘힐링 플루트 교실’을 수강하면서 플루트를 연습 중인 김철근 씨 ⓒ 50+시민기자단 서성원 기자

목표는 정하되 성취하는 데 골몰하지 않고 목표로 가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

악기를 배우고 50플러스센터를 수강하는 데는 김철근 씨의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자식들에게 아빠는 재미있게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습니다.

“목표는 있다. 그게 되고 안 되고는 관계없다. 나는 준비과정이 즐겁다. 이건 데요. (과정에서 찾는 것은) 행복이에요. 제가 가수 하려면 되겠습니까? 작사, 작곡도 배우고, 싱어송 라이터도 되고, 그 과정이 즐거우니까 좋아요.”

약속된 인터뷰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50플러스 세대로 진입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할 말이 없어요.”

“그래도 나한테 (그분들이) 물어본다면, 50플러스(센터) 한번 찾아보세요.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덧붙이는 말이 있었습니다. “내 행복 기준은 내가 정하련다.” 본인의 노래 가사에 넣은 말이라고 했습니다. 50플러스 세대를 생각하면서 만든 가사라 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쇠약해지는 50플러스 세대에게 위안이 될 말이었습니다.

50+시민기자단 서성원 기자 (itt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