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 50+살림 바느질_누구나 편하게 입는 사폭바지
♦ 강사 : 고윤미 생활의정성을만나다 협동조합 이사장
♦ 교육기간 : 9월 3일~10월 8일(매주 금) 10~12시 / 웹엑스 실시간
남성들이여, 바느질에 한 번 도전해보시라!
여성들이여, 바느질하는 남성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시라!
인생 전반부는 주로 책상과 컴퓨터 앞에 앉아, 별로 좋지도 않은 머리로만 일하며 살았다. 그럭저럭 나름 잘 살아온 것 같긴 한데 후반부는 좀 다르게 살고 싶어졌다.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새것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녹슬고, 때로 마음까지 병들게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의식주 일부분이라도 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스스로 해결해보리라 생각하며 살아가던 터였다.
마침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50+살림바느질_누구나 편하게 입는 사폭바지> 수업을 발견! ‘흠, 사폭바지라니 남자들도 있겠군!’ 기대하며 무조건 신청했다. 나의 인생 후반 모토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 아닌가. 계속할지 말지는 그 다음에 결정해도 되는 거니까.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나를 제외한 수강생들은 전원 여자분들이었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는 남자가 많기도 하더만… 아무튼 일단 Go!
가죽공예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손바느질 키트를 받고 보니 옷 만들기는 내겐 항공모함 제작과 다름없었다. 후회가 밀려든다.
드디어 1차시 시작! 친절하게 집요하신(?) 강사님과 함께 매주 바느질 수업이 진행되었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하는 바느질 수업이라니. 처음엔 너무 힘들었고,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기도 여러 번.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바느질과 함께 무념무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참 신기하다. 바느질을 하다 보면 마치 명상할 때처럼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그 옛날 어머니들이 깊은 학문을 하지 않아도, 현명하고 인내심이 있었던 것도 바느질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매주 금요일 오전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일정이 바빠 미리 숙제를 다 하지 못한 주에는 이탈리아 장인처럼(?) 전날 새벽까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이어가기도 했다. 바지의 좌우를 반대로 붙이는 등 좌충우돌 끝에 드디어 생애 최초 자작 바지가 탄생했다!
요즘은 일과 취미생활에 남녀 구분이 없는 시대다. 남성들이여, 바느질에 한 번 도전해보시라! 여성들이여, 바느질하는 남성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시라! 나 같은 생초보에게는 시간이 다소 부족하고, 온라인 수업이기 때문에 강사님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인생 후반전! 나의 삶도 걱정하거나 서두르며, 허겁지겁 한 번에 세 땀 네 땀 뛰어넘으려 하지 않고, 한 땀 한 땀 느리게 가다 보면 어느새 멋진 작품이 되어 있을 테지.
글 김대현 <50+살림 바느질_누구나 편하게 입는 사폭바지>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