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50플러스센터 <인권강사 양성과정>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의 맥락에서 수강을 결심한 <인권강사 양성과정> 강의. 그런데 웬걸. 수강 신청 과정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통상적인 강의는 선착순 마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권강사 양성과정>은 서류전형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세상에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면접까지 통과해야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솔직한 마음은 ‘대체 무슨 교육이길래 이렇게까지?’였다. 서대문구 취업지원 교육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꼼꼼하게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 여하튼 면접까지 보는 수업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첫 번째 강의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지금부터 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 이유를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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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50플러스센터 <인권강사 양성과정>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서대문50플러스센터 <인권강사 양성과정>은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4시 30분에 끝나는 수업이다. 첫 번째 수업이 10월 첫 번째 토요일이었으니 마지막 수업은 12월 첫 번째 토요일이다. 휴, 가을과 겨울 두 계절 동안 진행되는 강의였기에, 적어도 나에겐 단단한 각오가 필요했다. 만만찮은 기간 동안 강의를 진행할 강사는 어떤 분일까? 수강생 대다수가 50~60대다. 이들을 인권강사로 육성하기로 도전한 이는 인권교육연구단체 ‘모든사람’의 박병은 대표였다. 박병은 대표가 강의 첫날 가장 많이 한 말은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였다. 수강생 한 명 한 명이 자기소개를 하면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이 말을 21명의 수강생에게도 자신과 함께 말해주기를 청했다. 절대 강요는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박병은 대표뿐만 아니라 수강생 모두 가장 많이 한 말이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가 된 셈이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 아니기에 낯설게 느껴졌고, 스무 번 넘게 말하려니까 귀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번째 강의를 듣고, 세 번째 강의를 듣고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박병은 대표의 의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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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교육연구단체 ‘모든사람’ 홈페이지 

 

그나저나 인권이 뭘까? 세계인권선언문에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이 속한 국가 또는 영토가 독립국, 신탁통치지역, 비자치지역이거나 또는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그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표기해 놨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인권에 대해 적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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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담긴 교재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딱히 어려운 단어는 없지만 한 번 읽었을 때는 내용이 명료하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 사실 여섯 번째 강의 때까지만 해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금 같은 토요일마다 매주 서대문50플러스센터를 찾았던 이유는 ‘인권을 지키고 싶다’라는 갈망이 싹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마지막 강의까지 들은 건 아니다. 일곱 번째 강의까지 들은 현재 나에게 인권 지키기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다. 불편함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목소리가 크건 작건 상관없다.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많은 이들이 들어주면,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분야에서는 소수자에 속한다. 그런데 소수자의 불편함이 해소되면 소수자만 편해지는 걸까? 아니다. 모두가 편해진다. 내가 인권강사가 되어 강단에 서게 된다면 소수자가 편해지면 모두가 편해진다는 얘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이제 글의 마무리를 지어볼까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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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예비 인권강사들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참, 수강생 모두의 열정이 대단했다는 사실을 잊을 뻔.

 

 

글 사진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twinkle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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