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추웠나 싶게 갑자기 찾아 온 봄. 겨우내 기다린 봄이 반가운 것 만큼,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컴퓨터실에 가득 찼습니다.
4월 21일 서울50플러스 동부캠퍼스에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모인 25명의 중장년들의 낯설고 어색한 순간은 잠깐 이었습니다.
많은 지원자들 중 선발된 참가자들은 신재은 선임이 소개하는 동부캠퍼스의 다양한 사업과 취업을 위한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보였습니다. ‘데이터라벨링 프로젝트 매니저 과정’에 뽑히기 위해 그 동안 들인 노력이 아깝지 않아 보였습니다.
곧 이어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습니다.
쭈뼛거리고 걱정될만한 순간이지만 테스트웍스 교육사업팀의 이혜민 강사님이 재미있고 흥미롭게 자기 소개를 한 뒤여서,
모두들 자신의 역사를 담담히 소탈하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 긴 경력단절이 있었던 사람, 자발적 은퇴자 혹은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나야 했던 사람…
나이, 성별, 이력도 모두 다르지만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결과로 이 과정에 뽑힐 수 있었구나’하고 수긍이 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됩니다. 이혜민 강사님은 이 분야의 전공자가 아닌 참가자분들을 위해 개념부터 알려줍니다.
“사람의 지능을 컴퓨터가 구현하는 것이 인공지능(AI)라면, ‘데이터라벨링’이란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과정이다. 데이터에 이름표를 붙이는 과정이 데이터라벨링이고 이런 작업을 하는 이를 ‘데이터라벨러’라 한다. 데이터라벨러들을 관리하는 이를 프로젝트 매니저(PM)이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제 실습 시간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려면 데이터라벨러를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데이터라벨링 작업을 해 봐야 합니다.
그럼, 질문 하나 드릴께요.
주차장에 차가 들어가면 자동으로 자동차 번호판이 인식됩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맞습니다.
인공지능이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습은 인공지능이 자동차 번호판의 문자와 숫자를 학습할 수 있도록, 자동차 번호판에서 라벨링 할 숫자를 선택하고 문자는 문자대로 기재하는 과정입니다. 참여자들은 각기 다른 다양한 사진을 받아서 가이드라인에 맞게 작업을 해 봅니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빠르게, 처음인 분들은 강사님과 김미정 보조강사님의 도움을 받아서 하나씩 해나갑니다. 마우스 클릭소리만 가득 찬 컴퓨터실, 4월의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손에서는 땀이 차고 참여자분들의 열기에 강의실은 창문을 열어가며 수업이 진행됩니다.
드디어 각자 열심히 만든 데이터라벨링을 메일로 제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즈니스 메일쓰기’의 실습도 하고 팁도 배웁니다.
이제 각자의 결과물을 모두 함께 확인합니다. 시험 결과 발표처럼. 떨리고 초조합니다. 내 결과물을 모든 참여자들이 다 보다니... 이런 걱정도 무색하게, 센스있는 강사님은 이름이 아닌 번호로 일러주기에 모두 편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실수를 찾고, 타산지석으로 본인의 실력도 쌓아갑니다.
수업에 집중하다 보니 금새 허기가 집니다. 특히 음식으로 데이터라벨링 실습을 한 다음날에는 떡을 맞춰서 전부에게 돌리시는 분, 과자를 사서 나눠주시는 분 등 주변을 챙기시면서 긴 시간이 외롭지 않게 잘 마무리 됐습니다. 컴퓨터를 위한, 컴퓨터와 씨름하는 일이지만 역시 ‘사람’이 자산입니다.
이렇게 매일 5시간씩 5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길다고 생각했지만 실습을 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갔고, 앉아서 하는 일이라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집중하는 작업이다 보니 생각보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치열하고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분들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기대했던 것 보다 더 현실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혜민 강사님이 프로젝트 매니저의 기본 소양부터 업무에 있어서 필요한 스킬, 데이터라벨러와의 관계 등 실제 업무에 필요한 내용을 상세히 알려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힘들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이공계 전공자가 아니어도 꼼꼼하고 시각적 처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잘 할 수 있다는 응원과, 사람을 관리하는 일인만큼 사회성이 중요하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일 5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저 또한 전우애와 같은 감정이 싹틉니다. 보람일자리 참여자인 저는 더 밝게 인사하고, 수업에 불편함이 없는지 살피게 됐습니다. 참가자분들의 노력과 수고를 직접 보고 느끼니 응원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안부를 묻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질문도 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장이 되는 동부캠퍼스의 존재가 새삼 고맙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동부캠퍼스에서 새로운 인생을 기획하시는 우리 참여자분들의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중장년시설지원단 차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