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빛 체험의 세계 – 빛의 연금술
2023년 빛조각 페스티벌 '노원 달빛산책' 탐방기
▲ '빛조각 페스티벌 노원달빛산책' 현장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맑은 물이 흐르는 당현천의 가을밤을 매년 색다른 주제로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수놓는 '노원달빛산책' 행사가 올해부터 '빛조각 페스티벌 노원달빛산책'으로 그 명칭을 바꾸어 2023년 10월 13일(금) 개막 점등행사를 시작으로 11월 5일(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노원문화재단 주관으로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본 행사는 매년 10월 당현천의 가을 산책길을 형형색색의 빛과 조형 작품들로 아름답게 물들이는 공공 미술 축제로, 올해는 빛의 연금술'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어 오색찬란한 작품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빛의 세계를 펼쳤으며, 탐방객들은 깊어가는 가을 당현천을 노닐면서 설치된 조형작품 감상과 더불어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었습니다.
▲ 생태하천 당현천의 풍경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2023 빛조각 페스티벌 노원달빛산책’ 행사로 축제 공간이 된 당현천은 노원구의 수락산과 불암산 일대에서 발원한 물들이 어우러져 마을을 가로질러 흘러서 중랑천에 합류하는 3km에 이르는 하천으로, 도심 속의 자연이자 주민들의 놀이와 휴식을 위한 마을 명소입니다.
크고 작은 물고기들과 새들이 떼 지어 노닐고, 물길 주변으로는 계절을 따라 각종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생태하천으로 한 여름에 아이들은 물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는, 마치 산골 개울 같은 풍경은 당현천을 노니는 동안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밤에는 전시된 작품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달빛해설사'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서, 그리고 낮에는 호젓이 그 물길을 다시 거닐면서 시선이 오래 머물렀던 몇몇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 작품명 '물쏙달쏙'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물쏙달쏙 - 물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반원 조형물에 물과 LED 조명을 이용하여 달빛을 형상화했습니다.
작품이 뿜어내는 빛은 수증기와 함께 은은하고 반원 모양으로 퍼지며 물에 비쳐 반사되어 완전한 원이 되며, 작품을 보는 위치에 따라 원의 모양이 바뀝니다.
물에 비치는 빛과 수증기에 반사되는 빛을 이용하여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로 지상, 공기 그리고 물속, 세 개의 세상을 연결합니다.
▲ ‘푸른 꽃’ 그리고 ‘연금술사의 용광로’의 낮과 밤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푸른 꽃 - 불꽃처럼 타오르는 푸른 꽃은 신비로 가득한 존재이며, 그 투명한 꽃잎은 하늘을 향해 불꽃처럼 솟아오릅니다.
내부는 푸른 물이 오른 꽃잎으로 빛나고 있으며, 이 푸른색은 꿈, 희망, 신비를 상징합니다. 작가는 장미처럼 화려한 빨간 꽃에만 매혹될 것이 아니라, 보리의 싹, 깊은 바다, 건강한 지구의 색을 담은 푸른 꽃 또한 감상하길 바라며 이 작품을 창작했다고 합니다.
연금술사의 용광로 - 금속 틈 사이로 점멸하는 빛은 고압 고온의 환경에서 암석을 액체 상태로 머금고 있는 용암을 형상화했습니다.
용암은 우리가 사는 땅과 태고의 금속들과 생명을 만들어 낸 자연의 연금술사로 태고에 땅과 바위를 만들었고, 작가는 자연이라는 연금술사의 용광로를 선사시대 빗살무늬 토기 무늬로 만들어 태고의 신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 작품명 ‘퓨전(Fusion)’과 그 의미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퓨전(Fusion) - 남북한을 나타내는 귀여운 두 동물의 퓨전(합체) 자세로 서있습니다.
두 동물은 당현천에 사는 너구리와 고양이며. 둘의 형상을 따라 한반도 모양 그림자를 벽면에 드러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우리의 희망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 작품 ‘빛의 전령‘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빛의 전령 - 작가는 사슴이나 말처럼 도시에 살지 못하는 동물들을 작품으로 만들어 도심에서도 자연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만들어 왔으며, 빛의 전령은 전설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을 현실 세계에 나타난 듯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익숙한 시공간을 낯설고 신비롭게 변화시켜 ‘빛의 전령’을 만나는 모든 이의 삶 또한 아름답게 빛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 작품명 '신비의 바다'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신비의 바다 - 과학의 발전으로 이제 먼 우주도 관측할 수 있지만, 깊은 바닷속은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당현천에 나타난 몇몇 고래와 가오리들은 심해에 사는 생명체처럼 잘 보이지 않지만 마법의 등대에서 빛을 비추면 3D 구조 이미지 같은 형태를 드러냅니다.
▲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바뀌는 작품들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태극 우로보로스 - 음과 양, 창조와 종말의 무한한 순환을 상징하는 우로보로스와 동양의 다채로운 용의 형상을 조합하여 한쪽에서 보면 길게 누운 용으로 보이고, 다른 쪽에서 보면 둥글게 회전하는 태극으로 보이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조화의 별 - 별의 다섯 꼭짓점의 색은 다섯 원소를 의미하며 파란색은 나무 목, 붉은색은 불 화, 노란색은 흙 토, 흰색은 쇠 금, 검은색은 물 수를 나타내며, 형체가 두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있지만, 특정한 시점에서는 하나로 결합하여 다섯 가지 색을 모두 담은 하나의 별이 됩니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존재가 함께 모여서 전체적인 완성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 작품명 '연금술사의 성'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연금술사의 성 - 한 마법사가 당현천에 자리를 잡고 불을 지펴 연금술 실험을 하고 있으며, 당현천을 향하고 있는 성의 꼭대기에 올라가 물을 바라보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마법사가 올랐던 이 성에 올라, 마법사의 축복을 받고 영감을 얻어 가도록 제작했다고 합니다.
▲ 작품명 '호흡(Breath)'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호흡(Breath) - 작가는 당현천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아파트와 상가들 사이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 오리 들, 혼자 노는 왜가리, 잉어, 피라미들을 만나 함께 호흡하면서 잠시 머무는 동안, 자신의 호흡을 느끼고 자연의 더 큰 호흡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작품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비버(Beaver)가 강가의 나무를 잘라와 자기 거주지(Lodge)를 만드는 것처럼 작가는 노동집약적인 작품을 통해 자연과 호흡합니다.
▲ 조명을 순차적으로 켜서 움직이게 보이는 ‘만남의 다리’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만남의 다리 -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다리를 오르는 사람들을 묘사하여 삶에서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을 희망의 측면에서 담았으며, 강렬한 만남과 헤어짐은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며 문학과 역사의 중요한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만남의 기쁨 뒤에 헤어짐의 슬픔이 따르기도 하지만, 그 후에도 새로운 인연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는 인생 여정을 희망으로 표현했습니다.
▲ 작품명 ‘은하수를 건넌 홍학 홍학 홍학’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은하수를 건넌 홍학 홍학 홍학 - 먹이 환경에 따라 홍학의 색이 변하는 특징을 작품에서 구현했다고 하는데, 먹이가 달라진다는 것은 홍학이 서식지를 바꾼다는 얘기랍니다.
홍학은 여러 가지 크기로 구성되어, 대형 공기 조형물 홍학과 물 위에 떠있는 홍학들, 풀숲 곳곳에 숨겨 놓은 듯 보이는 작은 홍학들이 있습니다.
▲ 작품명 ‘비두리’ ⓒ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비두리 - 비두리는 노원구 상징인 산비둘기로, 당현천에서 축제가 벌어진다는 소식에 한 쌍이 내려앉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두리의 날개와 모자는 노원구의 상징색을 담았고, 한 비두리는 시키는 대로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로 등에 태엽장치도 달았답니다.
밤 10시, 축제의 하루가 끝나면 모든 조형 작품들의 불빛이 꺼지는데, 오직 두 마리 비두리만이 빛을 계속 발하며 축제장을 밤새 지킵니다.
축제가 열리던 24일 동안 비두리 한 쌍은 관람객과 어울려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이 멋진 축제를 끝까지 함께했답니다.
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sericol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