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서화회: 2021 청년작가 초대 개인전
「최현우展」을 다녀오다
-
코로나19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콕만 하던 중, 지난 8월 31일 오랜만에 인사동에 나갔다. 요 몇 년간 해마다 논문을 발표하면서 깊이 있는 이론과 함께 결을 같이 하는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작가의 세계관을 넓혀가고 있는 최현우 작가의 개인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 인사동 갤러리H
▲ 인사동 갤러리H 제 1관
최현우 작가는 2019년도 제1회 대한민국 전통예술 서화전승 청년작가(한국화 부문)로 선정되어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했다고 한다. 평소 최현우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때 전시회를 놓친 게 아쉬워 벼르다가 이번엔 꼭 보리라 마음먹고 드디어 전시회 마지막 날에 찾아간 것이다.
▲ 비움을 위한 산책, 북한산 둘레길에서
▲ 마흔 다섯의 마음수레
갤러리를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맑은 고요와 함께 그윽한 향이 어디선가 나는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시회 주제가 「정우(淨友),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벗들」이었다. 주제가 그렇다고 그런 분위기가 나는 것은 아니었고, 바로 작품들이 주는 에너지에서였다.
최현우 작가의 일관된 주제는 「빈 수레」이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空手來 空手去”의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 마음을 비우는 연습-어둠에서 빛으로
최현우 작가는 2000년부터 “비우고 가다”라는 제목으로 마음 수레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세상사에 벗어나 멀리 떠나 마음을 힐링하고 싶었던 것이 계기였다고. 빈 수레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 비우기를 함께 했던 작가는 어려운 현실 여건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다 한동안 텅 빈 수레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단다. 그러다가 도시를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정화하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재충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러한 비움의 방법 중 하나가 집 근처에 있는 북한산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라고 했다.
▲ 바위산은 나에게 묵묵히 살라하네, 인왕산 자락길에서
높이 오래 등산하는 것보다, 낮게 잠시 한 시간 정도로 자주 그리고 천천히 북한산을 거닐면서 묵묵히 변함없는 화강암 바위들과 늘 푸른 소나무들을 보며 마음을 비우고, 정화하면서 그런 상태를 작품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작가의 도록집에 밝히고 있다.
▲ 전통적인 필법으로 그린 최현우 작가의 작품
요즘은 동서양의 만남이란 명분하에 그림에서도 퓨전이 많은 것 같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동안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것은 그 바탕이 한국화가 기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그림들은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판소리를 하던 요즘 젊은이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지만 아예 다른 장르로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 이상은 조선 팝이니 하는 이름으로 그 바탕과 근본은 소리에 두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른, 이도 저도 아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최현우 작가의 전통적인 필법으로 그린 작품은 정말 신선했고 돋보였다. 그리고 십 년 넘게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는 이론적인 연구와 함께 현실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 시민기자와 최현우 작가
아마도 2019년도 제1회 대한민국 전통예술 서화전승 청년작가(한국화 부문)로 선정된 이유가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보았다. 최현우 작가가 도록에 쓴 말을 빌려 내 전시회 감상을 대신해 본다.
텅 빈 수레는 빈 마음을
하늘빛은 희망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인생길에서
마음 수레에 짐을 가득 채워 끌고 갑니다.
돌고 도는 삶의 수레바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참된 나를 찾아보고자
묵묵히 성찰하며,
오늘도 마음 수레를 비워봅니다.
더 나은 채움과 성장을 위해
더 좋은 세상과 행복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