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연극을 통한 자아탐색의 시간
-서부캠퍼스 50+인생학교 3기
2번에 걸쳐 진행된 50+인생학교 3기의 3, 4회차 강의는 참여형 워크숍이었습니다.
‘어쩌다 만난 예술’ 이라는 주제로 영화와 연극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내 자아를 찾아보는 시간이었어요.
#인생을, 나를, 그리고 나의 인생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 ‘건축학개론’>
영화반 진행을 맡은 정광필 학장님
"대체 애들 보는 영화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궁금하시죠?
이 궁금증을 푸는 과정이 바로 오늘 수업의 핵심입니다.
지난 세월은 꽉 짜여진 틀에 맞춰 살았지만, 오늘만큼은 내 마음속에 있는 순수하고 보들보들한 것을
어떻게 끄집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정광필 학장님의 화두로 시작된 수업은 영화 ‘건축학개론’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 영화의 장르, 남녀 주인공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 등 전반부에는 영화에 대한 질문들이,
후반부에는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 내가 여주인공처럼 남의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는지, 내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등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50년 이상 인생을 살아오면서 남의 인생을 살았던 경우는 언제일까요?"
부모님의 뜻대로 공부하고, 학교 가고,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했던 삶,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강한 척 하며 살았던 삶,
자녀들을 위해 사이가 별로인 배우자와 그냥 참고 산 삶 등.. 대부분은 가족을 대한 희생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내 마음대로! 싫으면 거절도 하면서 나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분도 계셨는데요-
50+인생학교 수강생분들의 박수와 함께 많은 공감을 얻었던 답은, 지금 우리 세대가 이렇게 부모와 자식에게 온 마음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며, 안타깝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긍지를 가지고 살아나가는 것이 좋겠다 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50+인생학교 3기
중년세대는 윗세대에게는 부양의 책임을 지어야 하고 아래 세대에겐 도전을 받는 ‘낀 세대’ 혹은 ‘젖은 낙엽’ 이라고도 한다지만,
60대 이상의 기성세대와 20,30대 세대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이며 생의 중간에서 자신의 지난 모습을 성찰하고,
앞으로의 원숙한 삶을 꿈꾸는 시기의 세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50플러스 세대는 유연성과 감수성, 책임감과 균형감각을 고루 갖춘 성숙한 세대인 거죠.
“앞으로 나만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함께 행복하고, 함께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어떨까요?”
흔한 멜로영화라고 생각했던 영화 건축학개론. 누군가는 건축학개론이 성장 영화라고 합니다.
첫사랑으로 인한 상처가 관계 속에서 치유되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건축학개론을 아직 못 보신 분들, 혹은 이전에 보셨던 분들께도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추천해 드립니다.
영화 속 장면마다 촘촘히 쌓여 있는 '나'를 발견해 보세요-
#더 깊게, 더 넓게 이해하게 해준 <연극, ‘선녀와 나무꾼’>
연극 수업이 진행된 4층 큰마루교실
연극반은 구민정 부학장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가상역할극을 통해 입장에 따라 느끼는 감정들을 간접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본격적인 가상역할극에 앞서 긴장을 풀기 위해 온몸으로 이름, 동물, 계절 등을 표현하는 게임을 했는데요,
특히 가을의 젖은 낙엽을 연기했던 분은 쓸쓸하면서도 창의적으로 표현해서 모두들 감탄했었던 기억에 나네요 ^^
“놀이를 왜 하냐구요? 웃음이 나고 즐겁지 않으세요? 뭔가가 분출되는 느낌이 드실꺼예요.
인간의 정신발달단계를 3가지 단계로 니체가 말한 적이 있죠? 맨 처음에는 낙타의 단계에요.
낙타는 복종하고 따라갑니다. 그 다음 단계는 사자의 단계예요.
새로운 가치를 위한 권리를 찾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그럼 마지막 단계는 뭔지 아시나요?
바로 어린이의 단계입니다. 어린이들은 걱정도 없고 순진무구하죠.
삶의 최고 성숙 단계는 어린이처럼 가볍게 사뿐사뿐 노는 것이라고 하니 저희도 오늘 그렇게 놀아 보는 거죠!”
놀이가 끝난 후 본격적인 가상역할극이 시작되었어요. 연극 <선녀와 나무꾼> 속에 나오는 노모, 선녀, 나무꾼, 선녀와 나무꾼의 자식들
이렇게 4명의 입장이 되어보는 건데, 현재 삶에 투영되어 시어머니, 며느리, 아들, 손주의 입장에서 역할극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제까지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기만 했던 사람이 자식이 되어보거나 아들이 되어 보기도 했고, 아들이거나 아빠였던 사람이
며느리가 되어보는 것이지요.
원으로 둘러앉아 역할극을 하고 있는 모습
웃음이 오고 가는 중에도 50+인생학교 3기 수강생분들의 얼굴에 잠깐잠깐씩 그늘이 드리어졌던 건
아마도 자신의 배우자, 자신의 자식, 자신의 부모가 떠올랐기 때문일까요?
4개의 역할 중에 제일 힘들었을 것 같은 사람 한 명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쓰고 발표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나에게, 어쩌면 내 어머니에게 또는 내 남편에게 쓰는 메시지겠죠.
“아이들이 몰래 걸어와서 빵! 하면 어른들은 어떻게 하죠? 그게 가짜인줄 알면서도 으억! 하고 넘어가주죠?
장난끼 가득한 아이들이 놀래킬걸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이지요.
성숙이라는 것, 어른답다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이런저런 놀이도 해 보고 가상역할극을 통해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또다른 삶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모두 수고했다는 의미로 큰 박수와 함께 수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
글=차의과학대학원 이소연, 사진=트루팍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