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N잡러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N잡러 캐릭터로 퇴직 예정자 대상의 멘토링을 두어 번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N잡러란 두 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의미하는 단어 '잡(Job)', 사람에게 붙는 접미사 '~러 (-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인 거죠. 애초 예정된 분에게 사정이 생기면서 1회성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신 한 건데요.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지 다음 기수에게 더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살다 50+세대가 되어 사회활동을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N잡러로 멘토링을 하게 되었네요. 고마운 일입니다.

두 번째 멘토링에 제 이력이 적힌 용지를 한 장씩 들고 기다리는 분들에게 현재 사용하는 명함 세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명함이 익숙한 세대라 관심이 많더군요. 명함을 집어 확인하는 그분들을 보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명함 있는 것만 세 장이고요. 실제 하는 활동은 더 많습니다.” 사실 첫 번째는 가벼운 맘으로 지인과 차 한 잔 마시는 마음으로 했어요. 먼저 한 경험치를 들려준다는 마음이었죠. 아!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을지 모르겠네요. 두 번째 요청이 오니 이 분들에게 동기부여를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경력단절여성들에게 동기부여 강연을 하고 싶은 게 출간 이후 제 꿈이거든요.

제가 이것저것 꽤 많은 활동을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활동이라 한 가지씩 늘고 있는 것을 따져볼 생각도 못한 거예요. 어쩐지 요즘 스케줄이 자주 겹친다 했죠. 활동이 즐거워 바쁜 줄도 몰랐나 봐요. 멘토링에 참여한 분 중 “제일 높은 직함이 뭐냐?”고 묻는 분이 있었어요. 

소소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전제를 두고 직함만으로 순위를 나열하면 ‘도서출판용자’ 대표가 최고 직함이겠죠. 이름을 듣는 순간 농담으로 아셨는지 몇 분이 웃으셨지만 2019년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1인출판사입니다. 전자책전문가과정을 배울 때 샘플로 만든 네 권의 책도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죠. 오플쿱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명함도 있습니다. 조합원 11인 중 이사장과 등기이사를 뺀 나머지도 모두 이사로 명함을 만들었거든요. 요즘 떠오르는 서부캠퍼스 1층 호락호락 문화놀이터 운영에 함께 참여하고 있고요. 시니어타임스 기자 명함도 있습니다. 7월부터 편집기자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수락한 상태입니다. 물론 프리랜서고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사업지원단 활동과 6기 시민기자단 활동도 하고 있어요. 희망도레미를 통해 글쓰기로 사회공헌 활동도 합니다.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수십만 원의 수익이 있는 활동들입니다. 

취미 활동으로 회원들이 추천한 책 중 한 권을 선정해 돌아가며 읽는 윤독 모임이 있고 장구난타를 배우는 오플난타장구와 통기타 커뮤니티 꽃피는 기타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시작한 장구난타는 공연으로 재능기부도 하지만 가끔 수익도 생겨요. 통기타는 어릴 적부터 배우고 싶던 거였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커뮤니티 활동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청년고민 편지에 자필 답장을 하는 지원봉사도 합니다. 아! 이 시점에서 슬슬 시간에 대한 압박이 옵니다. 약속을 잡으려면 스케줄을 확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거든요. 선택과 집중을 할 때가 온 거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고 서부캠퍼스에 첫 발을 디딜 때가 생각납니다. 전자책 출판하기부터 캠퍼스 입문과정 인생학교, 배낭속인문학, 도시해설가, 전문강사양성과정, 노인교구지도사, 1인디지털미디어크리에이터 등등 정규과정 외 특강은 또 얼마나 들었는지요. 강좌 수료 후 함께한 커뮤니티 활동은 동료와 따로 또 같이 뭉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6 년 동안 캠퍼스를 드나든 것뿐인데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성장하여 모르는 사이 N잡러가 되었네요. 제가 얻은 것들을 멘토링을 통해 나눠드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누구랄 것 없이 참 고맙습니다.

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jinju1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