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삶에서 50이라는 숫자는 그런대로 흘러가는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저의 젊은 날에는 빨리 50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퇴근하다 발견한 '영등포 50+ 센터'가 호기심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50의 숫자가 직장과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지친 저에게 '나를 위해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것' 같은 꿈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50이 훨씬 넘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34년 동안 다닌 직장도 그만두었습니다.
젊은 날의 계획대로라면 '나를 찾아서, 나를 위해서' 살고 있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그릇이 워낙 빈약하고 가난하다 보니 지금도 무얼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몰라서 계속 헤매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정답인지 이런 자신이 한심하고 딱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50 이후의 이 시간이 무척 좋습니다. 투쟁적으로 매달리지 않아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조급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습니다.
50+ 센터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니 새로운 관심과 흥미가 생깁니다. 비록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있구나'를 느끼고 있답니다. 관심조차 없던 분야에 기웃거려 보는 것도 50이 주는 힘이고 용기인 것 같습니다. 50전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새롭게 시작해 보는 시간! 이 시간을 예쁘게 가꾸고 싶습니다.
'디자이너가 알려주는 패션 코디'라는 프로그램도 제목에 흥미를 느껴 신청하였죠. 대충 멋이나 부려볼까 했는데 결과는 그 이상입니다. 우선 수강생의 체형을 분석하시고, 타입과 피부톤에 맞게 스타일링을 해 주시는 선생님의 정성에 감탄입니다. 50+ 세대의 스타일링은 단순한 멋 내기가 아니라는, 나의 철학과 생각이 담겨있어야 비로서 완성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도도하고 우아하게 나이 먹어가는 길을 찾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특히, '스타일링 피드백을 위한 과제'는 묘한 흥분을 주더군요. 내가 가지고 있는 옷으로 모델처럼 흉내를 내보다니... 어설프고 쑥스러운 일이지만 무척 흥미로운 시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수강생 모두도 좋아라 하시네요.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영등포 50+ 센터만 찾을까요? 우선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하고 싶고, 듣고 싶은 강좌가 많습니다. 수강생의 입장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일회성이 아닌 심화나 커뮤니티 등으로 연계해 주는 강좌가 많아 만족한답니다. 그리고 수강생의 목소리에 배려있게 답변 해주시는 정성에 믿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해 봅니다. 심화과정의 일환으로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시니얼 모델 교실' 같은 강좌를 개설해보시면 어떠신지요.
<스타일링 피드백을 위한 과제> 중에서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 초상이 나와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려 했더니 너무 못난이처럼 나와서 포기하고 그대로 올립니다.
혹, 담당자께서 모자이크처리 가능한가요?
-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길 저의 체형 내추럴 타입이고 피부톤은 겨울 쿨 스타일이라 하십니다.
그래서 흰색이나 검정이 어울린다고~~ 저는 가을의 웜 스타일인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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