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가득, 가을과 음악 사이… ‘송골매 콘서트 현장’서 이 생각 저 생각

 

우연히 주말 아침 방송을 보다가 콘서트 안내를 들었다. 배철수와 구창모가 게스트로 출연한 프로였는데 가을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좋아했던 밴드가 정말 오랜만에 콘서트를 한다니, 마음이 동했고 마침 방송을 같이 보던 아내가 “저 콘서트 가고 싶네” 했다. “그래? 좋지.” 바로 예매 신청을 했다. 

 

콘서트 일자가 마침 아내의 생일 언저리여서 제법 구색도 맞았다. 가을 음악회나 콘서트 티켓은 아내가 매우 선호하는 선물이어서 주저할 것이 없었다. 세시봉, 전인권, 양희은, 싸이 콘서트가 아내와 함께 즐겼던 대중 콘서트였는데 그때마다 가심비(심리적 만족도) 만점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참! 아내가 싸이 콘서트에서 싸이의 ‘뛰어’라는 외침과 함께 손을 들며 뛰던 장면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건 그렇고 송골매는 솔직히 내가 더 좋아한다. 송골매는 젊은 시절 좋아했던 국내 밴드 중 하나였다.

 

가는+비+내리는+날+콘서트장으로+.jpg
▲ 가는 비 내리는 날 콘서트장으로

 

입구에서+인증+사진+한컷씩.jpg
▲ 입구에서 인증 사진 한 컷씩

 

가는 비가 내린 이 날, 콘서트 시작 한 시간쯤 전인데도 현장의 분위기는 송골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포토존에서 송골매의 사진을 담아 놓으려는 줄이 만만치 않았다. 멀리 배경으로 인증샷 한 컷. 나는 개인적으로 활주로의 배철수를 좋아하는 편이고 아내는 블랙테트라의 구창모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제+곧+무대가+시작+된다.jpg
▲ 이제 곧 무대가 시작된다

 

항공대의 활주로와 홍익대의 블랙테트라의 리더인 배철수와 구창모가 나중 대학 졸업 후 의기 투합되어 결성한 그룹이 송골매다. 한 밴드 그룹이 그들이 부른 노래만으로 두 시간여의 무대를 꾸민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그만큼 그들의 히트곡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만에 콘서트 현장을 찾은 나도 그 시절의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만나는+배철수와+구창모+.jpg
▲ 오랜만에 만나는 배철수와 구창모

 

역시 첫 곡은 예상했던 데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하늘을 비행하는 송골매의 영상과 함께 무대가 열리고 구창모의 불멸의 히트곡인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키보드 전주가 경쾌하게 울렸다. 이 전주의 음향을 글로 적어보려니 쉽지 않다. 어거지로 쓰면 쓰겠지만.

 

송골매밴드연주와+노래는+여전하다.jpg
▲ 송골매밴드의 연주와 노래는 여전하다

 

음악의 울림과 전달력, 파괴력은 대단하다. 사운드의 시작과 함께 관객들은 바로 몰입한다. 박수와 환호와 손 물결로. 아무 말 없어도, 누가 얘기하질 않아도 자동 반응이다. ‘다 같이’ 한마디만 나오면 모두 떼창이 준비되어 있다.

 

청중들의+떼창이+울려+퍼진다.jpg
▲ 청중들의 떼창이 울려 퍼진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인들의 노래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못 따라갈 듯하다. 물론 다른 나라의 다른 친구들은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체로 맞을 것이다. 요즈음 더 그렇다. 장담한다.

 

배철수와 구창모가 주고받는 토크와 그들의 노래로 두 시간 예정의 송골매 콘서트는 30분을 훌쩍 넘겼다. 팬 서비스도 있지만 아마 반복되는 떼창의 열기가 시간을 의식 못 했던 듯싶다.

 

잠시 콘서트 현장의 주위를 둘러본다. 콘서트 현장에는 7080세대(70,80년대 대학 생활, 또는 그 시절 20대를 보낸 세대)들이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젊은 세대들도 많이 있었고 이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였다. 물론 7080세대를 모시고 온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음악이 세대를 아우름은 분명하다.

 

송골매밴드의+피날레+인사.jpg
▲ 송골매밴드의 피날레 인사

 

여하튼 이날 관객의 대부분은 송골매의 음악을 공유했던 7080세대(50+세대)일 것이다. 이들은 동시대에 함께 들었던 노래를 통해서 정서적으로 함께 한다. 노래를 부르고 그에 반응하고 같은 시절을 돌아보고 느끼고 같이 즐거워한다. 무대 연출 중에도 화면에 그 시절의 영상과 내레이션이 담겨 있는 코너가 있었다.

 

함께 심야 방송을 들으며 성장했던 세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윤형주의 ‘0시의 다이얼’, 임문일의 ‘꿈과 음악 사이에’,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당시 그 음악 프로의 시그널 뮤직은 7080세대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있을 정도다. 지금도 그 방송들은 계속되고 있겠지만 예전 우리들만큼 시대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은 아닌듯싶다.

 

그때 음악을 공유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그대로 그 시절의 행복감과 추억을 그리워한다. 음악과 노래는 계속되지만 7080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인들, 김창완, 배철수, 이문세 등 보이는 곳,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동 세대의 방송인들이 활동하고 있어 그 시절과 그 음악들이 꾸준히 불리고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을이 시작되고, 깊어지면서 주변 여러 곳에서 음악회 등 콘서트를 알리는 소식들이 전해진다. 가을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즐기고, 책도 읽는 문화 산책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낭만과 멋과 사유가 어울리는 계절에 요즈음 MZ세대, X세대와는 다른 우리들만의 의미 있는 문화를 가진 7080세대들, 그들이 향유했던 멋진 문화의 장을 다시 정리하고 만들어 감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딱히 송골매 콘서트를 보고 느낀 것은 아니고, 평소 주변 문화 활동에 참여하면서 K문화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공존하면 어떨까! 삶의 수명이 늘면서 할 것들도 점점 많아지니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세대의 독특한 영역을 발전시키고 조화를 가져감 봄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문화는 세대 간 양보하고 넘겨주는 트렌드의 이동이 아니라 그 세대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쉽게 버리지 않고 지켜 가는 것이 아닐까!”

고교를 졸업한 동기들이 이제 자신의 주 무대 활동을 거의 마치고 자유로운 공간 속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취미생활과 마음에 드는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을 찾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필자도 고교 친구들이 모여 만든 ‘기동대’라는 기타 동우회에서 활동 중이다. 매주 화요일, 시간을 내어 노래와 함께 기타를 퉁기며 영상도 올린다. 좋은 친구들의 즐거운 모임으로 동기들의 부러움을 얻고 있다. 

 

콘서트의+여운을+가득+안고++.jpg
▲ 콘서트의 여운을 가득 안고

 

송골매 밴드의 여운이 가라앉지 않은 콘서트장을 나오면서 한층 젊어진 마음으로 피날레 송으로 한 번 더 부른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흥얼거린다. 아내도 내 손을 잡고 머리를 까딱거리며 따라 부른다. 아내의 얼굴이 밝고 환하다.

 

가을이 왔고 가을이 깊어간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온 산천의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 것이고 사람들은 가을을 찾아 떠나고 가을 속으로 걸을 것이다.

어느 날 친구가 지나가듯 말했다. 

“가는 곳마다 다 우리 또래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잠시 뒤에 말했다. 

“건강하게 즐겁게 멋지게 살자.”

그런데 말이다. 폼이 계속 살아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관리 잘해야 돼. 자세 안 나오면 꽝이다. 기타 한 곡을 쳐도 자세가 나와야 멋이 있지. 박수라도 받지. 크크크크크. 이게 문제다.

 

오십플러스들이여, 이 용어! 이젠 고유 명사쯤 되지 않았나 모르겠다.

이 가을 마음껏 만끽하라.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try379@hanmail.net)

 

 

안종익.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