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를 위한 생애 설계
심리학자 웨인 아이어는 그의 저서 <인생의 태도>에서 “우리는 뭔가를 ‘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게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고 썼다. 노년을 앞두거나 이미 노년에 들어선 이들에게 한결 위로되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신하는가 생각해 보면 별반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신하지 못하면 삶에 의미를 담을 수 없고 앞으로 누릴 삶을 계획할 수도 없다. 우리 존재는 우리 삶 속에 있고 우리 삶은 존재로서 영위하기 때문이다. 혹독하고 무력한 세상이 노년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자기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확신해야 한다. 그래야 다가올 100세의 삶을 복되게 누릴 수 있다. 의미 있는 존재로서 복된 100세의 삶을 살기 위한 생애 설계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자.
▲MZ세대 생애 설계의 특징은 욜로족과 파이어족으로 대변된다. 〈출처 : Pixabay. Pexels〉
MZ세대의 생애 설계
요즈음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각자 다른 해법을 선택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욜로족과 파이어족이라는 경향으로 답하고 중장년 세대는 확신 없이 답하기를 주저한다.
‘욜로 (YOLO)’라는 유행어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래 일은 생각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라.”라는 뜻으로 쓰인다. 어차피 평생 벌어 모아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빠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욜로족이 되려 해도 최소한 그럴만한 경제적 조건은 갖추어야 가능하다. 당장 생존하기도 어려운데 ‘현재의 행복을 위한 소비’란 꿈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팬데믹과 엔데믹으로 고용불안이 심화하자 최근 MZ 세대는 소비보다 절약과 저축으로 돌아서며 FIRE 족에 대해 다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이어란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이다. 파이어족은 간소하게 살며 열심히 모아서 얼른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유유자적 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상반된 이 두 부족(?) 모두 경제 문제를 생애 중심에 두고 있다.
▲지금 베이비붐 세대가 겪는 생애 설계의 고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중장년은 가능한 이른 시기에 충분하게 생애 설계에 나서야 한다. 〈출처 : Pixabay〉
중장년의 생애 설계
그러면 중장년의 생애 설계는 어떤가? 중장년의 생애 설계란 시기적으로 노후 설계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은퇴 이후, 주된 경제 활동이 끊긴 다음 어떻게 살 것인지 설계하는 일이다. 이 설계도는 시대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사회적으로 은퇴 세대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고, 그들이 은퇴 이후에 살아갈 시간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살아온 시간보다 더 어렵고 막연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이하는 대표적인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그들은 그저 살기 바빴고 힘을 다해 노력했으나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한 세대들이다. 그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낀 세대로서 이중고를 겪으며 일을 계속하려는 욕구가 어느 세대보다도 강하다. 이런 고통을 반면교사 삼아 중장년은 생애 설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노후 설계라는 걸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이전 세대와 같지 않으려면 충분하고 이른 준비는 필수다.
▲중장년의 생애 설계는 경제적 준비와 비경제적 준비로 나뉜다. 〈출처 : Pixabay〉
생애 설계의 두 가지 방향
수명 100세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의료서비스를 받을만한 경제력도 있어야 하고, 100세에 이르도록 삶을 채워갈 콘텐츠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명 못지않게 삶의 질과 의미가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생애 설계는 경제적 설계와 비경제적 설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경제적 준비는 노후에 쓸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이다. 노후에도 독립적으로 삶다운 삶을 살려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준비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준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노후에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 준비와 연금 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소득 창출 방안 마련 그리고 부동산 등 자산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된다.
비경제적 준비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는 ‘노후 건강 지키기’와 ‘삶의 의미와 보람 가지기’의 두 부분이 있다. 삶에 가장 밀접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일인데, 평생 하던 일을 놓고 은퇴한 뒤의 삶이 이전과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재정적 안정성은 떨어지고 시간은 늘어난다. 그러나 그 상황을 위기라기보다 기회로 여기며 마음과 태도를 새롭게 하면 대인과 대사회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여가 활동과 자원봉사활동, 새로운 지적 충족 활동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키울 수 있다. 긍정적 태도와 관계 그리고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등으로 노후의 건강을 지켜갈 수 있다. 물론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재정적인 받침이 있어야 하니 이런 준비가 전적으로 경제적 준비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생애 설계, 도움 받자!
중장년에게 생애 설계는 인륜지 대계이다. 할 수 있는 대로 일찍 시작해 충실히 꾸려나가야 한다. 보통 40대에 이르면 은퇴 후 설계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그중에서도 경제적 준비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 목표는 은퇴한 뒤에도 생활의 질과 모양이 크게 무너지지 않도록 재무 설계를 하는 것이다. 은퇴 후 예상되는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따져서 노후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를 산출해 본다. 그 결과로 예상되는 소득이 예상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바로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부분 일자리 마련과 자산 운용 계획이 그 계획의 중심이 된다. 이와 함께 생활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살림 규모를 줄여 잡자니 한없이 옹색해질 수도 없고, 생활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하자니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자산과 금융을 잘 활용하고 싶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물론 단순한 저축 하나도 충분한 이해와 정보가 있어야 해서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러니 중장년이 혼자 생애 설계를 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 듯하다.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가까이 있다. 정부 등 공공기관과 일부 민영기관의 생애 설계 지원제도이다.
▲생애 설계를 지원하는 기관의 홈페이지는 생애 설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참여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생애 설계 지원 기관들
고용노동부의 ‘중장년내일센터’는 40세 이상 중장년층에게 생애 설계와 재취업 및 창업 지원. 특화서비스 등 종합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 누구나 체계적으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를 두고 다양한 노후준비정보와 함께 노후준비수준 진단도 제공한다. 전국 지사에서 노후준비를 위한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진단과 상담을 한다. 그리고 같은 주제로 맞춤형 강의 형태의 교육서비스도 제공한다.
서울시 또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다양한 생애 설계와 준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애초 인생 설계 교육과 상담 활동을 해왔고, 특별히 올해 들어 서울시의 전환기 중장년집중지원 프로젝트인 <서울런 4050>을 중점 시행하고 있다.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기업연계일자리 마련, 중장년 전직 지원, 중장년 인턴십, 창업과 창직지원 등을 제공한다. 근본적인 일자리 마련을 위한 직업역량 강화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적응하기 위한 디지털전환 교육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생애설계, 취업지원 등과 같은 서울시 중장년의 성공적인 인생전환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와 중장년지역사회돌봄단을 통해 사회 공헌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생애 설계를 처음 맞닥뜨리는 중장년이라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캠퍼스와 센터에서 컨설턴트를 통해 생애 설계에 입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한편, 금융회사들과 일부 대기업들도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찾아서 이용하면 유용하다.
▲생애 설계 지원 기관들이 운영하는 지원 프로그램들
노후를 위한 비경제적 준비
은퇴 이후의 시간은 선물과 같다. 그 선물을 은퇴자는 충전과 제2의 인생을 사는 시간으로 쓸 수 있다. 그 시간에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하고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어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아들여야 한다. 노년이야말로 내 삶을 내 마음으로 가꾸어갈 수 있는 행복의 기회이다. 생애 설계 전문가 네 사람은 저서 <백세시대 생애 설계(오영수·이수영·전용일·신재욱 공저)>에서 노후에 행복 가득한 삶을 사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긍정적 마음으로 살고, 빠져들 수 있는 활동을 찾으며,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 성취하는 삶, 보람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지워나가라고 권한다. 물론 삶의 의미와 보람은 건강이라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쌓아 올릴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중장년 시기에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노후를 위한 비경제적 준비로 삶의 의미를 키우는 활동들. 〈출처 : Pixabay. Pexels. freepik〉
삶의 의미를 키우는 활동들
위의 책은 또한 삶의 의미를 키우는 다섯 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첫째는 여가활동을 통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인생 2막에서 갖게 되는 시간으로 건전한 여가활동을 하면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얻는다. 동시에 자신을 계발하고 폭넓고 자유롭게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둘째는 봉사활동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는 것이다. 봉사활동은 시간만 많다고 되지 않는다. 마음으로 즐거워할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은퇴 이전에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셋째는 평생학습으로 생활에 활력을 찾는 것이다. 은퇴 이후 배움으로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그리고 도전과 성취를 경험하며 활기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뇌에 지적 자극을 주어 치매를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한다. 한편 새로운 지식으로 세대 차이를 줄이고, 평생학습으로 인생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넷째는 예술문화 활동으로 창의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다. 평상시 예술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고 어느 정도 소양을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창의적 삶을 살 수 있다. 음악과 미술, 문학 등 분야에서 얼마든지 감상과 비평 그리고 창작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마지막 다섯째는 스마트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스마트 능력은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 필수적이지만 고령자일수록 스마트 능력이 낮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힘이다. 시대에 맞는 기술을 슬기롭게 활용하도록 거주지 시·군·구·동 등이 개설하는 다양한 정보화 교육을 이용하자.
▲행동이 노후를 규정한다. 〈출처 : Pixabay〉
행동이 나를 규정한다
이제 ‘100세를 위한 생애 설계’에 나설 때다. 작가 개리 비숍은 그의 저서 <시작의 기술>에서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라고 했다. 그리고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나를 규정한다.”라고 덧붙였다. 먼저 100세의 삶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공부하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생각해 보자. 꼭 해야 하지만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면 도움의 손길을 잡자. 그렇게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생애를 설계하고 실천해 나가자. 우리가 잘 아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이런 말로 우리가 행동하기를 촉구했다. “시간을 갖고 심사숙고하라. 하지만 행동할 시점이 오면 생각은 그만두고 뛰어들어라.” 지금 이 기사를 읽으며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100세를 위한 생애 설계에 바로 뛰어들자. 지금이 바로 그렇게 할 시점이다.
▲100세를 위한 생애설계는 이를수록 좋다. 〈출처 : Pexels〉
막연한 걱정보다 구체적 생애 설계가 백 배쯤 낫다
초고령사회와 100세를 살아가는 국민의 삶이 코앞에 놓였는데도 우리 정치와 사회는 중장년 이후 100세에 이르는 노년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에 충분한 비전과 역량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100세까지 이르는 노년의 삶을 저주가 아닌 선물로 여기며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당사자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괴테는 무슨 일에서든 희망하는 것은 절망하는 것보다 항상 낫다고 했다. 이 기막힌 현실에서라도 절망하지 말고 희망으로 100세를 위한 생애 설계에 뛰어들자.
막연한 걱정보다 구체적 생애 설계가 만 배쯤 낫다.
이를수록 좋다.
오늘이 가장 이르다.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cbsann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