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2044845316.jpg
서대문50플러스의 열린 문으로 걸어들어가다 

 

퇴직후 지방(세종시) 생활을 정리하고 2023년 5월 서대문구에 정착했다. 지나다니면서 길가에서 보이는 유진상가 건물의 “50플러스” 간 판이 누가봐도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아서 물어보지도 않고 들어간 곳이 “서대문50플러스센터”였다. 출퇴근하는 직장의 문을 닫고 또다른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 “서대문50플러스”가 있었다. 

직장생활 중에도 나름대로 변화하는 현실을 배우는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퇴직하고 나니 이전과는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 듯했다. 누군가 퇴직준비는 초등학교 교과목 종류대로 자신을 테스트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했는데, 그 말의 뜻을 50플러스 강좌를 보면서 깨달았다. 

약 14개월 기간 동안 24개의 강좌(이 중 원데이 클래스 8개)를 수강하면서 인생 60대인 내가 퇴직 초등학생인 나를 길러가는 것 같았다. 그동안 가정에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주어진 역할을 잘 하는 것에 모든 힘을 쓰느라, 막상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100세 시대라는데, 긴 노년의 시간 동안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무지했다. 아마 대부분의 50플러스 세대가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50플러스에서 그동안 수강한 과정은 정원, 조경, 등산, 요가, 드로잉, 드림캣쳐, 자영업창업, 구글활용, 김치담기, 산가꾸기, 스마트폰 사진 편집, 서평, 책만들기 등등. 언뜻 보기에 동서남북 방향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자기 길을 찾아가듯이, 나는 50플러스 수업을 또래들과 듣고 배우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정비하여 제2의 인생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KakaoTalk_20240712_092755552_02.jpg

▲ 서대문50플러스센터 코워킹 스페이스 큰꼬끼리 작업실에 입주한 서평웹진 배선희 님   

직업을 창업으로 바꾸어준 “코끼리 작업실” 

오랜 사회생활 동안 직장은 이곳저곳 바뀌었어도 하는 일은 계속 출판일이었다. 퇴직 무렵에는 책이나 출판에 대한 관심은 변하지 않았지만, 직장생활의 누적된 피로감 그리고 조직의 일부분 역할을 하면서 자신감 없는 피동적인 상태가 계속 되었던 것 같다.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수련/훈련 과정을 50플러스에서 배우면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좀더 적극적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처음하는 서평 글쓰기”(2023. 8. 9-30), “서평 글쓰기_실전”(2023.9.13.- 10. 25), “당신이라는 책, 출판기획과 집필의 실재”(2023. 8. 31-9. 21) 과정을 마치면서, 출판일을 이제 직업이 아닌 창업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서평 글쓰기와 심화 수업에서는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해온, 남의 글을 보는 일의 한 단계 높은 수준을 경험했다. “다른 사람의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쓴다”는 작업이 성인인 우리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경험이었다. 이것은 내가 서평과제를 하면서, 그리고 수업동기가 써온 서평 낭독을 들으면서 한 체험이다.    

제2의 인생에서 일이 갖는 중요성은 경제적 성과에 더해 ‘유의미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평 수업 체험을 통해 서평이라는 주제에 출판시장의 ‘오래된 미래’와 같은 유의미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올해 1월에 서대문50플러스의 코끼리작업실 코워킹 스페이스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 자젹에 대한 상담을 하게 되었다. 입주자 창업 지원에 대한 상담을 통해 용기를 내어 지원했고, 2월 드디어 센터 내 코끼리작업실에 자그마한 내 공간이 생겼다. 입주 후에는 “4주완성 종이책 출간하기”(2024. 4. 2-23) 강좌를 들으면서 최근 출판제작 환경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240718_131146121_02.jpg

▲ 서대문50플러스센터 공유사무실 1호 창업 <서평마당> 사업자등록을 축하하며, 서대문50플러스센터 엄영수 센터장과 배선희 님 

 

서평 출판은 50플러스세대의 전문성 활용에 블루오션

이곳저곳 도서관과 카페공간을 옮겨다니다가 코끼리 작업실에 정착하고, 창업 장소를 서대문50플러스 사무실로 기록할 수 있어서 출판사 창업에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코끼리 작업실에 지원할 때는 “서평웹진”이라는 이름이었는데, 6월초에 서대문구청과 서대문세무서에 좀더 대중적인 명칭인 “서평마당”으로 출판사등록을 하였다. 

“서평마당”은 각 분야에서 일해온 은퇴일꾼세대, 50플러스세대의 약간의 전문성있는 그러나 독서대중과 멀지 않은 코멘트를 온/오프라인으로, 문자와 오디오로 활발해진 출판물과 출판시장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책마다 저자의 소중한 컨텐트가 담겨 있고, 여기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서평이다. 온라인 서점의 댓글처럼 일반대중의 독후 감상도 중요하지만, 분야마다 색다른 시각으로 깊이를 더한 서평 출판은 출판사에도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일간지 주말판에서 서평란이 사라질 정도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문서평이 더욱 필요하다고 한다. 학계에서 필요한 ‘리뷰’ 수준의 서평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대중출판물에 대한 50플러스세대 업계 전문가들의 서평을 통해 일반독자들의 교양과 시각을 높여주는 것이 더 필요한 블루오션 시장이다. 

GettyImages-a1230615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