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국어 외에 공식 언어로 인정받고 통용되는 제2언어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바로 ‘한국수어(手語)’입니다. 수어는 수화언어의 줄임말로 손으로 말하기, 읽기, 쓰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게 된, 더도 덜도 아닌 우리 모국어입니다.
당신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질 거예요
<서대문50+수어학교-손으로 만나는 따뜻한 세상> 강좌를 마치고 서대문구 수어통역센터 자원봉사단 ‘손(手)오공’을 결성한 50+들.
손오공은 ‘손(手)으로 오십플러스가 함께(共)한다’는 뜻.
서대문50+센터에서 수어 강좌를 시작한 지 1년. 1기 학습자들은 수어 봉사 동아리 ‘손오공’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고, 2기까지 배출하면서 올해 상반기부터는 심화 교육을 개설했습니다. 수어를 배운 40여 명 학습자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의미 있는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딸과 함께 청계천에서 열리는 야간 축제에 놀러 갔을 때예요.
즐겁게 구경도 하고 주변 노점에서 파는 물건들도 둘러보는데, 어떤 상인 한 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북적북적한 노점들 사이에서 호객도 없이 조용히 서 있는 모습, 손님들이 뭘 물어도 무뚝뚝하게 손짓만 해서
그냥 돌아서게 만드는 모습, 한참을 지켜보다 그분이 농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수어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떨렸지만, 용기를 내서 다가갔어요.
수어로 ‘안녕하세요’ ‘이거 얼마에요?’ ‘좋아요’ ‘감사합니다’ 딱 네 마디만 했지만
정말 수어를 배우기 잘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물건을 사고 돌아섰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면서 말했어요.
'엄마 그거 알아? 우리가 한참을 봤잖아, 근데 저 아저씨가 엄마가 수어로 인사하니까 처음으로 활짝 웃었어.
우리 엄마 진짜 멋있다.'"
‘손오공’에서 활동하는 1기 학습자가 2기 수료식에 참석해서 들려준 경험은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학습자들은 수어를 배우면서 농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농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게 되고, 사회가 농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대문50+센터 수어 학습자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봉사 활동을 하고, 정기적으로 모여서 수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수어 통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모색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2019년 4월 19일 제23회 서대문구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열린 서대문50+수어 학교(기초과정) 학습자들의 자원봉사와 현장 체험 교육.
사회가 함께 장애를 극복할 수 있어요
만일 모든 사람이 수어를 할 수 있다면? 듣지 못한다는 장애를 넘을 수 있습니다.
너무 낭만적인 얘기가 아닌가 하겠지만, 실제로 주민들이 모두 수어를 배워서 장애를 넘어선 마을 공동체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벵칼라 마을은 3천여 명 주민 대부분이 수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마을은 청각장애인이 늘어나자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공존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는 6살부터 수어교육을 받기 때문에 누구나 수어를 할 수 있습니다. 벵칼라 마을에서 청각장애는 더이상 장애가 아닙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50+ 수어학교> 수업에서 지문자를 배우고 있는 50+ 학습자들.
2020년 상반기에 서대문50+센터는 수어 기초반 3기와 심화반을 개설합니다.
지금 의미 있는 삶을 가꾸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50+, 좀 더 전문성을 갖추고 봉사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찾고 있는 50+라면 수어를 시작해보세요.
당신의 익숙한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질 거예요. 참고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 중에는 치매 환자가 거의 없다고 하네요.
글 사진 _ 서대문50플러스센터 교육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