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50+당사자교육 프로그램 <함께하는 학교>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학습지원단 이근희 선생님의 수업 후기를 나눕니다.
♦ 강좌명 : 장애인권 감수성 키우며 일자리 탐색하기
♦ 강사 : 황보익 _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수석자문위원,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교육기간 : 9월 15일~22일 / 매주 화 오후 2시~3시 / 총 2회
장애인에 관한 강좌에 유독 눈길이 갔던 이유는 미국에 머물던 시절 겪었던 경험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만학도로서 다시 대학생이 된 나는 그곳에서 깜짝 놀랄 일을 겪었다. 내 수업의 교수가 바로 말을 못 하고 귀가 안 들리는 장애인이었다. 그 교수는 늘 두 명의 통역사와 함께 교실에 나타났는데, 한 통역사는 교수의 수화를 우리에게 영어로 통역해주었고, 또 다른 통역사는 우리들의 영어 질문을 교수에게 수화로 통역해주었다. 덕분에 교수와 우리는 통역으로 시간은 걸릴지언정 별 어려움 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
교수가 말을 못 하고 귀가 안 들리는 장애인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거기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통역사를 데리고 매 수업에 나타나다니! 뭐 그런 생각이 내게 앞섰던 것 같다. 그리고 궁금했었다. 학교에서 두 명의 통역사를 고용해서 장애인 교수를 지원하는 건지, 아니면 교수가 별도로 한 명의 통역사를 더 고용하는지. 어느날 나는 통역사에게 그에 관해 물었다. 통역사는 당연히 둘 다 학교에서 고용한 것이라고 했다. 교실 안에서 그 누구에게도 교수가 장애인이란 인식은 없었고, 그저 그들은 그들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때 불현듯 내 머리에 번개같이 떠오른 것은 내가 장애인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과 장애인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이런저런 시선과 표정이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이 강좌는 내게 그때의 일을 상기시키며 장애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장애는 태어나는 것보다 후천적 장애가 더 많다
30여 년 넘게 장애인과 관련된 일을 한 황보익 강사에 따르면, 장애인은 우리들의 생각과 달리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체 장애인 가운데 73퍼센트가 교통사고나 의료사고, 붕괴사고, 산재사고 등으로 장애인이 된다고 한다. 이 통계는 어쩌면, 우리도 어느 날 불현 듯 장애와 맞부닥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듯하다. 장애가 남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강좌에 집중하게 했다고나 할까.
장애인과 소통, 에티켓이 필요하다
장애인과의 소통시 에티켓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내게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아니 시각장애인을 내가 붙들어 주는 게 맞는 거 아니었어?’ 내가 붙드는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나를 붙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머리가 띵~하기도 했다. 장애인이 사용하는 휠체어나 지팡이를 만질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보아야 한다. 나는 누군가 휠체어에 앉아있다면 얼른 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휠체어를 밀어주는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또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서 쉬운 말을 사용해야 하고, 특히 한 번에 한 가지씩 지시해야 하고,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점도 내게는 기억할 만했다.
장애인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필요하다
장애인은 장애가 있는 부분에서 능력 발휘를 못 하는 것이지, 다른 부분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 능력이 있음 또한 잊지 말아야겠다. 그것은 내게 장애인을 분리된 존재로 여길 것이 아니라, 나와 동등한 존재, 다만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을 다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장애인이면서 훌륭하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던, 또는 수행하는 유명 인사들의 사례는 내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장애인을 보면 먼저, 도움이 필요한 존재, 뭔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갖고, ‘선의’라는 허울좋은 핑계로 그들의 능력이 꽃피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아닐까? 기회는 고사하고, 장애인에게 말도 안 되는 핍박과 착취를 한 사례들을 우리는 뉴스에서 종종 접한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음을 이런 교육을 통해 깨닫게 된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은 결코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의 보다 많은 배려와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직장 내에서의 제도적인, 시설적인, 인적인 지원 역시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고, 관심이 없었기에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서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즉 장애인을 위한 근로지원, 직무지도, 취업코칭 등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때로는 몰라서 이해를 못하고, 이해를 못하다 보니 소통이 되지 않고, 소통이 되지 않다보니 오해와 배타적인 감정이 생기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번 장애인에 관한 교육은 그런 면에서 장애인을 더욱 이해하고, 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듯하다. 이런 교육은 좀 더 많이 늘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 이근희 서대문50플러스센터 학습지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