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2022 사회공헌활동으로 작은 도서실을 운영하고 계신 북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의 독후감을 나눕니다. 소개된 책은 센터에 오시면 대출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센터 내 작은 도서실에는 5060세대를 위해 준비한 1,669권(2022년 10월 말 기준)의 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회원은 누구나 1일 2권씩 2주간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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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지음 / 2022/ 창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보내주는 문학나눔도서 가운데 문태준 시인의 시집이 있었다. 그 누구도 읽기 전에 먼저 읽고 싶어 책을 들어 주욱 읽고는, 집으로 빌려 가서 필사하면서 다시 한 번 읽었다. 펜 끝에서 시어들이 종이로 퍼져 나오면서 펼쳐지는 정경들이라니.

 시를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아버지는 잠이 많아지네 / 시든 풀 같은 잠을 덮네 / 아버지는 일만가지의 일을 했지 / 그래서 많고 많아라, 아버지를 잠들게 하는 것은 / 누운 아버지는 늙은 오이 같네- 문태준 시 ‘아버지의 잠중에서

이 시를 읽노라니 한평생 가족을 위해 수고하시던 내 아버지의 피곤해하던 모습도 떠올려지고또 다른 시에선 아이를 안고 어르는 젊은 날 시인의 모습도 떠올려지면서 아이들 때문에 행복해하던 내 모습도 생각났다.

 

아가를 안으면 내 앞가슴에서 방울 소리가 났다 밭에 가 / 자두나무 아래에 홀로 서면 한알의 잘 익은 자두가 되었다. - 문태준 시 ‘그때의 나는중에서

 

엄마가 물러앉아 팔을 가을 하늘만큼 벌리니 아이가 뛰어온다 / 태초의 몰랑몰랑함이 웃으며 자꾸 떠오르듯 뛰어 온다 // 너는 점점 커지는 기쁨을 아느냐 - 문태준 시 ‘점점 커지는 기쁨을 아느냐중에서

시인의 말에서 시인이 쓴 나는 나를 서성인다’ 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시간이 필요한 모든 분들께 이 시집을 권한다.

글 임영신 북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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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김혜진 지음 / 2017/ 민음사

몇 년 전 요양병원에서 얼마간 근무한 적이 있었다. 병원 일이란 결국 환자를 상대하는 일이라 업무상 환자 차트를 보면 의외의 사생활을 본의 아니게 알게 된다.

내가 근무했던 병동은 60명 정도의 환자들이 입원 생활을 하는 일반 병동이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각 병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과거사가 아둔한 내 머리에도 대략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먹을 날리며 찾아오지 않는 처자식들을 원망하는 할아버지 한 사람을 다독여 놓고, 반대쪽 할머니 병실을 둘러보면서 다소 묘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그 옛날 전문직을 가지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을 B 할머니는 미혼으로 가족이 없었다. 환절기 감기가 폐렴으로 심해져 중환자실로 내려가야 하는데 동의해줄 가족이 없으니 동사무소에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법률상 결혼을 했음에도 내 멋대로 살아온 사람들조차 어쨌든 위급시 가족 연락처가 있는데 한평생을 전문직 여성으로 살아온 할머니는 병이 나도 연락할 가족조차 없는 거였다. 그래서 B 할머니는 한참 기억에 남았었다. 이 작품의 젠처럼.

여자에게 결혼이란 제도는 무엇이고 자식은 어떤 존재이며 남편은 누구일까.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여자에게 결혼은 보험이라고 한다. 그 누군가와 함께하고, 그와 낳은 아이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꾸준히 불입하면, 어떤 일이 터졌을 때 그래도 기댈 수 있으리라는 뜻일 거다. 이 엄마도 딸의 동성 애인에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애와 같이 살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니.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잖니.

그럼에도 아이를 키우면서 나와 똑같은 성향을 가진 내 아이 모습에 물밀듯이 차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 깊숙이 느껴지는 엄마라는 단어.

그것이 요양보호사 주인공이 그저 요양원의 환자였던 젠을 그 이상으로 돌봐주며 마지막 길까지 지켜준 것처럼 그녀의 딸도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나서야만 했던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더더욱엄마를 보면서 딸은 엄마를 닮아간다.

글 황은아 북 코디네이터